주영의 제안에 먼저 선약했던 시원과 승주를 바라보며 진선이 당황스러워하자, 정후가 끼어든다. “또 만났네요. 나 기억하죠?” “네, 또 보네요.” “괜찮으면 같이 식사해요.” “뭐야? 두 사람 아는 사이야? 정후 오빠, 시원 선배 알아요?” “아. 얼마 전에 진선이네 집 근처에서 봤었어.” “언니, 괜찮겠어?” 진선은 이 상황이 곤란한지 시원에게 괜찮겠냐며 되묻는다. 시원은 지난날 정후와의 일을 떠올리며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는 피하지 않겠다는 듯 대답했다. “승주만 괜찮으면 같이 가.” “어, 뭐 나도 괜찮아. 가자.” - 다섯 사람은 저녁을 먹으러 대학가 근처에 있는 유명한 피자가게로 들어섰다. 가게는 여고 축제로 인해 저녁을 먹으려고 몰려든 다른 학생들로 이미 꽉 들어 차 있었기에 그들은 밖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며 서로를 어색하게 바라보고 있다. 오직 주영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부 모였다며 즐거워했다. 20분쯤 기다리자 빈 자리가 났다. 그들은 피자와 음료수 및 샐러드를 시키고는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시킬 겸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이어갔다. 진선의 옆자리에 앉아 사소한 것까지 자상하게 챙겨주고 있는 시원을 묘하게 바라보던 정후는 그녀의 행동을 의식한 듯 진선에게 계속 말을 시키며 친분을 과시했고, 승주는 이들의 맞은편에 앉아, 자신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대는 주영에게 가끔씩 대꾸해주며, 세 사람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서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