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너를 처음 만난 그날로 다시 돌아간다..'
2019년 겨울. 40세의 젊은 나이로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죽음을 기다리던 '임시원'은 평생의 후회로 남을 두 가지 기억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부모님께 홧김에 말해버린 커밍아웃과 잘못 된 판단으로 놓쳐버린 사랑에 관한 아픔이다.
1997년 봄.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열여덟의 시원은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민진선'을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끝내 현실을 이유로 이별을 택해야했고, 연이어 찾아온 불행에 무릎 꿇고 만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관한 고민과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후회와 미련.
비리의 희생양이 되어 좌절해야했던 원망들.
그로인해 어쩔 수 없이 털어 놓을 수밖에 없었던 아웃팅과도 같은 커밍아웃까지..
한창 젊은 시절 꿈을 키워나갔어야 했을 시원의 삶은 꺾여버린 꽃처럼 의욕을 잃고 시들어갔다. 커밍아웃 이후 집을 나와 방황하던 그녀는 뒤늦게 마음을 다잡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보지만, 간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마주하고 만다.
이제 고작 마흔.
죽기엔 너무나 젊었고, 그녀의 삶이 애처롭다.
시원에게 평생의 한으로 남을 두 가지는 ‘해버린 것’에 관한 후회와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였다. 죽음을 앞둔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생의 시간을 함부로 낭비해버렸다는 후회와 죄책감에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했다.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지기를...’
마지막 호흡을 끝으로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고 느낀 그 순간, 기적처럼 그녀가 다시 숨쉬기 시작했다. 그렇게 꿈을 꾼 듯 눈을 떴을 때, 시원은 40년을 살아온 지난 삶의 기억을 모두 간직한 채, 22년의 시간을 거슬러 진선을 처음 만난 열여덟의 봄. 즉, 자신의 과거로 되돌아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