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는 수면상태에 깊이 들어가 있었다. 미동조차 없는 그의 모습은 마치 무생물에 가까운 듯 보였다. 검은 털은 점점 바짝 말라갔다. 건은 수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웃기지만 나쁜 생각이 치밀었다. '나 혼자 음악을 만들어서 나가는거야. 어짜피 208번과 같이 나갈 필요는 없잖아?' 그는 스스럼 없이 일리에게 말했다. 이럴수록 침착해야한다는 원리에 의해서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잖아? 일단 밥부터 먹을까?" "미친새끼. 너는 의리도 없니?" "뭐?" 일리는 더 이상의 말은 불필요한 장신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지 반듯한 자세로 정태 곁에서 머물렀다. 건은 개의치 않고 식탁에 혼자 가서 철푸덕 앉았다. 식어빠진 밥을 꾸역꾸역 목구멍에 넣어 여물처럼 씹어삼켰다. 기분이 좋지는 않아서 먹다가 벌떡 일어나서 일리에게 걸어갔다. "야. 네가 자초한 일인데 나한테 미친 새끼라고? 저 이상한 빨간 벌레들 때문에 이렇게 된거 아니냐? 네가 할 말은 아닌거 같은데." "그만해." 건은 하다못해 일리에게 윽박질렀다. 성질머리가 사나운 그의 본성이 나타나는 듯 했다. "너나 그만해. 어?" 일리는 순식간에 매서운 눈빛으로 변하더니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손에서 초록 형광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건을 향해 쏘았다. 불빛의 강한 힘으로 건은 속수무책으로 천장에 들러붙었다. 옭아맨듯 조여오는 힘은 마법사의 힘을 방불케 했다. 건은 얼굴이 새파래진 나머지 끙끙 앓는 소리만 연신 냈다. 일리는 손을 빙글빙글 돌리며 건을 주시하며 말했다. "입 다물어. 죽여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