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 전, 나는 그를 만났어. 처음이었어. 그렇게 신사스럽고 배려심 깊은 남자는 죽을 때까지 없을 것만 같았지. 여자들은 간혹 남자와 사랑에 빠져서 판단력과 이성을 상실하곤 하지. 그 중에 한 명이 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쉽게 말하자면 나는 마녀야. 저주받은 마녀. 평생 사람이 되지 못하는 나약한 생명체. 30년 전. 일리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가로등에 기대어 앉았다. 밖으로 쫓겨 나왔지만 막상 갈 곳이 없었다. 음악을 하고 싶은 중학생 소녀였을 뿐이었다. "엄마는 거짓말쟁이야. 돈과 명예와 외모에 미친 년이야." 뺨에 남은 빨간 손자국은 따가웠다.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아빠와 이혼한지는 오래되었고, 나는 세상에서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낙인찍힌 외동딸이었다. 엄마는 세상에서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엄마의 직업 또한 사회적으로 고위층이라 불리는 계층에 속했다. 물론 돈이 최고라는 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돈 없는 인간들은 무능력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엄마가 경멸스러웠고 역겨웠다. 일리의 앞에 차가 멈추어 섰다. 끼익. "안녕, 이름이 뭐니? 내가 집에 바래다 줄게." *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 정태의 마음은 그러했다. 꿈 속의 파란 하늘은 원망스럽도록 맑고 깨끗했다. 파란 하늘을 누비며 헤엄치다가 깨어버렸다. 현실이 악몽이 되는 순간이다. "정태야, 괜찮아?" 눈을 뜨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정태는 생각을 감추는 건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일리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런 감정도, 어떤 기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