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장갑과 복면을 쓰고 있었다. 옷차림새 또한 검은 옷이었다. 눈만 빼꼼히 보이는 복장이었는데, 속눈썹이 엄청 긴 사람이었다. 눈동자는 먹구름을 연상시키는 연한 회색빛이었다. 자동차 안의 구조는 오싹할 정도로 음산했다. 운전석 옆의 보조석은 없었다. 운전석 뒷편에는 아주 낮은 아기 의자 크기의 좌석이 달랑 하나 있고, 좌석 위에는 해골 모양의 종은 조금씩 흔들거렸다. 바닥에 깔려있는 카페트 또한 해골 무늬였는데, 파란색과 금색으로 뒤덮인 카페트는 천장으로 이어져 있었다. 금색은 기괴할 정도로 반짝거리며 빛이 났다. 그인지 그녀인지 확실하지 않은 신원의 사람은 라디오를 켰다. 손동작은 느리고 리듬을 즐기는 듯했다. 라디오에서는 지직거리는 기계음만 들릴 뿐이었다. 기계음이 반복적인 패턴으로 지속되다가, 흡사 아나운서를 연상시키는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음악 방송이나 기상캐스터는 절대 아니었다. "거리가 상당히 한산해. 소름 돋을 정도로 기분이 좋은걸?" "10분 안에 도착." 복면의 사람은 짧은 대답을 한 후 라디오를 탁 껐다. 자유롭고 짜릿한 기분이었지만 티내기는 싫었다. 턱. 비포장도로가 굴곡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여기만 벗어나면 도착한다는 급한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 움직이지를 않았다. 주유소에서 충분히 넣고 왔는데하며 갸우뚱거렸다. 앞에 연기같은게 피어올라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차문을 열고 내렸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바로 자신의 차에 말이다. 자욱한 연기는 그를 감싸올라오더니 휘감았다. 팔을 연신 휘저어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