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영의 차를 두드린 주인공은 괴짜처럼 생긴 남자였다. 그는 작은 키에 걸맞지 않게 패딩을 입고 있었다. 문을 확 열다가 자신의 힘에 못이겨 철푸덕 고꾸라졌다. 가영은 차에서 내려 그를 멀찌감치 지켜보았다. 손가락을 까딱이다가 그가 차에 탑승하는걸 마지못해 허락했다. 루리는 스케치북을 살포시 껴안고서 난리법석을 떨었다. "오빠 안녕? 나눈 루리라고 행. 이름 귀엽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남자는 앳되어 보였다. 마스크를 기필코 내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듯 보였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운전석을 보면서 말을 꺼냈다. "이제 좀 편하다. 고맙네." 진혁은 꼰대 마인드가 생성되면서 불같은 성질을 참지 못했다. 요새 애들이 참... 이라는 생각에 화딱지부터 났다. "야 너, 존댓말은 기본 아니니?" "재협이라고 한다. 나이는 18세고, 무튼 잘해보자." 그는 패딩 모자를 뒤집어 쓴 상태로 건방진 표정을 지었다. 뿔테안경을 착용한 작고 납작한 두눈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노트북을 꺼냈다. 노트북은 최신꺼라 반짝반짝 광이 났다. 루리는 낭랑 18세 오빠의 주머니에서 삐쭉 튀어나온것을 빤히 쳐다봤다. "어?? 토끼알!! 나도 죠 죠 죠!!" 토끼알은 일명 유치원생들부터 초등학생에게 고루 인기가 많은 초코렛 같은거다. 재협은 루리를 쏘아보다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너같은 어린애가 먹는거 아니야." "오빠 나빠. 훙!" "그나저나 어디로 가는 길이었지? 여기 마을은 폐쇄된지 오래되어서 출입도 불가능할텐데." 가영은 틈을 주지 않으려 말꼬리를 잡았다. 재협의 '폐쇄'라는 단어가 상당히 거슬렸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