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진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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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처럼 가영에게 몰려왔다. 쓰나미는 물이 아니었다. 와인인가? 왜냐하면 와인의 자주빛과 보라빛을 혼합한 색깔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버스를 순식간에 덮치는 와인 홍수에 가영은 겁에 질려버렸다. 마지막이구나... 찐득하고 무거운 질감의 와인 향이 코를 찌르며 온 몸에 달라붙었다. 버스 안에도 물이 들어찼다. 점점 목구멍 높이까지 와인이 차오를 때 즈음, 퍽 하며 버스 창문에 무언가 부딪혔다. 사람...이었다. 어랏? 가영은 겨우 물을 헤집고 창으로 눈을 빼꼼 내밀었다. 누가 보아도 저건 나잖아...?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소녀였는데, 내 과거 모습이었다. 소녀는 뭉개진 볼따구와 두꺼비처럼 붙어버린 몸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버스 문을 탕탕 두드리는 가영의 주먹질에 소녀는 눈을 떴다. 입만 뻐끔거리는 소녀와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타이밍이 심상치 않게 들어 맞았는지 버스 문이 스르륵 열렸다. 와인바다로 뒤덮인 세상 속, 가영은 소녀에게 손을 건네며 말했다. "가영아. 보고싶었어." 여드름이 불그스름하게 돋아난 소녀는 눈을 감은 채로 한동안 있었다. 다행히도 버스 밖은 물 깊이가 얕았다. 헤엄쳐서 손끝으로 소녀의 교복 자락을 잡았다. 소녀는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가영은 찬란한 아픔을 감싸안고서 소녀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 호흡이 가빠지고 있었지만, 가영은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천천히 눈을 감으며 죽음을 음미하고 있었다. 죽음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찾아온댔지... 어느샌가 와인 홍수 위로 버스가 동동 떠오르고 있었다. 마치 와인은 바다가 되고, 버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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