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날,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나는 가영이를 처음 만났다. 정장을 입고 있는 그녀는 푸른 사람 같았다. 또렷한 이목구비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 그랬다. 그렇게 가뭄같은 나의 마음 한 가운데 그녀가 들어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울고 있을 때 가영이가 예뻐 보였다. 처음 보는 여자인데 이런 생각하면 미친 놈이겠지만 미친놈으로 정의해도 좋다.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같은 처지인 가영이 공감이 가고, 나도 모르게 섣부른 이해를 하고 있었다.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보여서 숨기고 있던 방어본능도 나왔다. 가영과 도진혁을 마주친 마지막 그 날, 오토바이를 타고 그녀를 놔두고온게 마음에 걸려서... 한 시간 뒤에 그 장소에 찾아갔지만 가영은 없었다. 자존심 때문에 2년이란 시간을 그렇게 흘려 보냈다. 비굴한 새끼... 그게 나다. 왜 2년 만에 그녀를 다시 찾냐고? 그냥 더 멋있게 나타나고 싶었다. 첫 정규 앨범이 나와서, 전해주면서 근사하게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 정태는 한참을 서서 기다렸다.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회색 캡모자를 쓰고, 오버핏 네이비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밝은 베이지 색의 짧은 머리가 약간 삐져 나와서 허당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장을 입을지 말지 한참을 고민했지만 나름 가수인지라 조금은 숨길 필요가 있었다. 약속 시간은 2시인데, 벌써 4시가 되었네. 뭐, 하루종일 기다리자. 보고싶다 김가영. 시계를 보니 밤 10시다. 다리가 아픈데 아픈게 차라리 좋다. 보자... 어느덧 11시 반이다. 오늘 하루가 다 가버렸네. 정태는 장미꽃다발을 품에 안고 근처 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