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속의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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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잠깐만." 정태는 계단을 오르기 전에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때, 누군가의 다급한 말소리가 들렸다. 207번이었다. "나랑 같이 해. 그래도 되죠?" 여자는 못마땅해 보였으나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207번은 후다닥 올라와서 깃발로 손을 뻗었다. 정태는 자신의 손끝과 그의 손가락이 닿을 때 정전기가 통하는 것을 느꼈다. 여자 앞으로 정태와 207번은 나란히 섰다. 정태는 그를 가까이서 자세히 본건 처음이었는데 묘한 매력이 있었다.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뽀얀 피부와 언밸런스한 보조개, 블루 렌즈를 낀 듯한 둥그스름한 푸른 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테스트는 간단하다. 너희 둘을 어느 집에 보낼건데, 거기 상황에 맞는 노래를 만들어 오면 돼.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지켜야될 사항이 한가지 있다." 정태와 207번은 동시에 그녀를 향해 도전적으로 질문했다. 두려움이 앞섰지만, 현실 도피는 이미 늦어버렸다. 온전한 받아들임만이 유의미할 뿐이다. "사랑에 빠져서는 안된다. 그 곳에 도착한 순간부터 돌아오는 그 날까지..." "돌아온 후에는 어떻게 되는거죠? 우리 다시 돌아갈 수는 있는 건가요? 죽이지만은 말아주세요." 침착한 정태와는 다르게 207번은 처절하게 빌듯이 말했다. 올곧게, 그저 바르게 살아온 것 같은 소년처럼 보였다. 정태는 태연한 표정으로 깃발을 만지작거렸다. 빨간 반달 무늬들이 수없이 새겨진 깃발은 순식간에 뜨거운 불로 변하더니 그들의 주위를 감싸며 소용돌이쳤다. 저주에 걸린 레드문은 사람을 홀리게 만들만큼 깊고 유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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