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는 내 손을 잡고선 이끌었다. 나는 왠지 모를 수치심이 들어서 얼굴이 새빨개졌다. "김가영, 뭔 일이야. 일단 나가자." "친구들은 어쩌고?" "네가 먼저지. 친구들은 나중에라도 만날 수 있어." 가영은 정태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의 손은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술 취하니까 더 예쁘다." 정태는 중얼거리며 내 볼을 어루만졌다. 그에게서 취기가 느껴졌다. "아니야, 그런거." 정태와 나는 바람을 쐐며 보도블럭에 앉아 있었다. 길가에 부는 새벽바람에 몸이 떨렸다. "이거 입어." "아냐 됐어 하나도 안추워." 그는 말없이 자켓을 덮어줬다. 정태만의 향기가 담긴 옷이었다. 나도 모르게 따스함을 조금씩 느꼈다. "그 아저씨랑은 잘 되가?" "사귀게 되었어." "하나도 안 어울리는데. 차라리 내가 어울리겠다." 내 귀가 잘못되었나? 가영은 자신의 귀를 잡아당겼다. 정태는 가영에게 다가와서 귀에 나지막히 속삭였다. "내가 더 잘어울린다고 너랑." "에??" 정태는 피식 웃었다. 갑자기 그가 내 뒷목을 확 당겼다. 그의 입술이 닿았다. 바로 내 입술 위로. 정태는 쇄골과 목라인을 드러내며 나에게 급격히 가까워졌다. 나를 잡아삼킬듯이 그의 혀가 내 것과 합해졌다. 나도 모르게 그의 품에 더욱더 안기고 있었다. 깊고 더 갈구하고싶은 키스였다. "가자. 오늘밤 그냥 못 넘기겠어." 가영을 넓은 어깨로 꽉 껴안은 정태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손아귀 힘이 너무나도 쎄서 차마 벗어날 수 없었다. 나는 정태와 모텔로 걸어갔다. 첫경험, 그와 처음을, 엄청 떨리고 긴장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