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이 연락왔을 무렵, 진혁은 생각에 잠겼다. 과거의 기억들이 파편처럼 가슴을 깊숙이 찌르고 있었다. 10년도 더 되었지만 기억이라는건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나빴던 기억은 오히려 더 생생하게 나 자신을 옭죄어올 뿐이었다. "형아, 나 이거 가르쳐줘. 잘 모르겠단 말이야." 민호의 떼쓰는 목소리가 유난히 듣기 거슬렸다. 민호는 진혁의 남동생이었다. 나이차가 조금 있는지라, 진혁은 동생의 말이 귀찮기만 했다. "몰라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 갓 대학생이 된 진혁은 공부량이 너무나도 많아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어떻게든 최고가 되고 싶었지만, 한의학과에서 탑이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동생 민호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무난한 성적을 유지했지만, 교우관계가 좋지는 않았다. 어느날, 민호는 등교하는 길이었다. 꺼림칙한 그림자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새끼야, 시발 제발 자살하라고. 어? 내가 죽여줄까??"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반에서 짱이라고 불리는 애가 민호를 싫어했다. 싫어함 이라는 단어는 잔인한 폭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구실이었다. 민호는 온 몸에 피멍이 들고, 성한 부분이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심지어 손목에 그은 붉은 선들도 여러개 있었다. 집에 오면 말할 수도 없었다. "진혁아, 요새 힘든거 같아서 엄마가 보약 지어왔다." "귀찮게. 알아서 먹을테니까 놔둬." "엄마, 병원에선 뭐래?" 진혁의 건성어린 말투와는 달리 민호는 엄마에게 살갑게 물었다. 엄마는 민호를 차갑게 바라보다가 말했다. "싸우고 다니지 말랬지?? 못 배워먹은게 처신이라도 잘 하던가." 민호는 풀이 죽은 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