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학생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모두 운동장에 모여 교관이 이끄는 군사 훈련을 기다렸다.
군사 훈련 요구 사항에 따라 머리카락은 반드시 묶어야 했다.
소희는 평소에는 긴 머리카락으로 보청기를 가릴 수 있었지만, 머리카락을 모두 묶으면 자신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결국 보청기를 빼 버렸다.
그녀의 보청기는 고등학교 때, 뒷자리에 앉아 선생님 말씀이 잘 들리지 않아 고모가 특별히 맞춰 준 것이었다.
다행히 그녀는 한쪽 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있잖아, 박이진이 돌아왔대..." 모두 운동장에 줄을 서 있을 때, 서유가 소희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희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서유는 계속해서 수다를 떨었다. "우리 학교 학생회 부회장! 부회장이 두 명인데, 한 명은 고청명이고, 다른 한 명이 바로 걔야."
"게다가 외국어학과 퀸카잖아. 엄청 예뻐! 걸크러쉬 스타일!"
"전에 우리 학교 커뮤니티에서 사진 봤는데, 매일 누가 고백한다더라. 근데, 이서준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더라. 걔 때문에 얼마 전에 교통사고 나서 병원에 오래 입원했다던데..." 이서준을 좋아한다.
소희는 어제 본 장면을 떠올렸다. 서준은 예의 바르고 집안도 좋으니, 그런 남자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건 당연했다.
"잘 된 거 아니야?" 소희가 물었다.
"걔는 좀..." 서유가 막 뒷얘기를 해 주려는 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갑자기 조용해지는 것을 느꼈다.
곧이어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세상에! 우리 교관이 이서준이래!"
"헐! 진짜 잘생겼다!"
"저 말도 안 되는 긴 다리 좀 봐, 연예인 아니야?"
주변 학생들은 마치 미친 듯이 흥분했다. 아무도 올해 신입생 교관이 서준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소희는 모두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군복을 입은 서준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눈썹과 눈동자가 칠흑 같았고, 표정은 무심했지만, 당신을 바라볼 때면 마치 소용돌이처럼 느껴졌다.
"여러분의 교관입니다." 서준은 학생들 앞에 서서 말했다. 그는 원래 키가 크고 다리가 길었는데, 지금 군복을 입으니 더욱 옥 나무처럼 빼어난 모습이었다.
"앞으로 즐거운 군사 훈련 기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반에서 대담한 여학생이 벌써 질문을 던졌다. "교관님, 여자 친구 있으세요?"
"교관님, 인스타 아이디 뭐예요?"
"선배님! 정말 잘생기셨어요! 이상형이 뭐예요?"
"사적인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 사걸의 얼굴에는 변함없이 온화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언제나처럼 좋은 성격을 유지하는 듯했다. "제 인스타 아이디는 188... 입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저에게 DM 보내세요."
그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여학생들은 휴대폰을 꺼내 그의 인스타 아이디를 팔로우하기 바빴다.
"성아, 너는 왜 안 해?" 서유는 인스타 아이디를 팔로우하고나서야 소성이 가만히 있는 것을 알아챘다.
"나 핸드폰 안 가져왔어." 소성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맞다, 너 핸드폰 잘 안 가지고 다니지." 서유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괜찮아, 내가 팔로우했으니까, 나랑 같이 이서준의 눈부신 외모 감 감상하자."
소희는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서준과 같은 하늘이 내린 인재는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
군사 훈련 전에 대열을 정비해야 했다. 경영학과는 총 4개 반이었는데, 학교에서는 편의를 위해 4개 반을 하나의 대열로 합쳤다.
한 명의 교관이 배정되었다.
대열은 키 순서대로 서야 했는데, 소희는 163cm의 중간 키였기 때문에 두 번째 줄에 섰다.
서준이 규칙을 설명하는 동안, 소희는 그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여전히 360도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잘생겼다.
그는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눈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희는 마음이 불편해져 얼굴을 돌렸다.
어제의 작은 사건은 두 사람 모두 잊은 듯,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루의 군사 훈련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하루 종일 훈련을 받은 여학생들은 모두 녹초가 되어 기운 없이 기숙사로 돌아갔다.
소희는 마지막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준의 손을 힐끗 보았다.
열 손가락은 가늘고 하얗고, 손등의 상처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너 같은 애는 평생 걔랑 엮일 일 없어." 옆에서 냉담하면서도 경멸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희가 고개를 들어보니 모르는 여학생이었다.
눈앞의 여학생은 공격적인 인상이었고,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일부러 셔츠를 묶어 잘록한 허리 라인을 드러냈다.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질끈 묶어 밝은 파란색으로 염색한 부분이 드러났다. 예쁜 얼굴이었지만, 얼굴에 가득한 거만함과 경멸 때문에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박이진.
소희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이었다.
소희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박이진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고, 그녀는 소희를 쏘아보며 말했다. "너 그정도는 아니야!"
* 이어지는 며칠 동안의 군사 훈련으로 여학생들은 사걸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버렸다.
그는 대부분 시간 동안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훈련할 때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몇몇 여학생들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소희는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농사일을 많이 도왔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보다 체력이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동안 고강도 훈련을 받으니 견디기 힘들었다.
겨우 금요일이 되었고, 학교에서 드디어 이틀 동안 휴식을 허락했다. 학생들은 거의 미쳐버릴 지경이었고, 침대에 누워 며칠 동안 쉬고 싶어 했다.
소희는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지난번 입학식 때 짐을 많이 가져오지 않았다.
갈아입을 옷이 부족해서 고모에게 가서 옷을 더 가져와야 했다.
그녀는 짐을 정리하고 기숙사 문을 나서자마자, 남자 기숙사 아래에 키가 크고 잘생긴 소년이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눈썹 사이에는 조바심이 서려 있었다.
그의 옆에는 이진이 서 있었다. 그녀는 등을 돌리고 있어서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만 보였는데, 그다지 유쾌한 대화는 아닌 듯했다.
이서준은 성격이 좋았고, 그의 잘생긴 얼굴은 항상 여자아이들을 사랑에 빠지게 했다.
길 한가운데서 번호를 따이는 일은 흔했다.
소희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진은 병원에서 급히 돌아왔다. 오로지 서준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가 올해 신입생 교관을 맡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분명히 전에 교무처에서 물어봤을 때는 거절했는데!
겨우 해산 시간이 되자, 그녀는 일부러 남자 기숙사 아래로 가서 그를 기다렸다.
이진은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서준, 네가 전에 말했잖아, 우리는 친구라고..."
눈앞의 남자는 여전히 부드럽고 우아했고, 그 잘생긴 얼굴은 마치 조물주가 만든 가장 완벽한 예술 작품 같았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볼 때는 눈빛에 경멸감이 더욱 뚜렷했다.
모두가 그를 절대 화를 내지 않는 모범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가장 거칠고 냉혹한 모습을 본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었다.
지금까지도 그의 경멸은 오직 그녀에게만 보여지는 것이었다.
이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병적인 기쁨을 느꼈다.
"친구?"
그는 비웃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냉담함과 차가움만이 가득했다.
그런 단어는 그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었다.
"응." 이진은 그의 얼굴에 마침내 다른 표정이 나타나자,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나 가족들한테 말 안 했어, 지난번에 우리 오빠가 너 찾아간 거..."
"나랑 무슨 상관이야?" 서준은 차갑게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진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아직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만약 우리 가족들이 오빠가 너한테 맞았다는 걸 알게 되면, 너 학교에서..." 그녀는 말을 끝맺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마음대로 해." 서준은 그녀의 말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이진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는 결국 완전히 사라졌고, 그녀는 무너지듯 말했다. "사걸! 나도 너처럼 될 수 있어!"
그는 겉으로는 모범생이었지만, 속으로는 지독하게 나쁜 놈이었다.
그녀는 심지어 그와 같아지기 위해 옷 입는 스타일을 바꾸고, 욕설을 배우기까지 했다. 단지 그가 자신을 한 번이라도 더 봐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은 서준의 눈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이진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뒤돌아섰다.
하지만 막 뒤돌아서는 순간, 기숙사에서 막 나오는 소희의 모습을 보았다. 이 시간이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떠났을 텐데, 이진은 그녀가 아직까지 남아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