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여자를 찾아서,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으로 보내

2896 Words
현우가 퇴근한 후, 그녀도 집에 가기 위해 짐을 챙기고 있었다. "유정아, 우리 같이 쇼핑이나 하러 갈까?" 오늘따라 신기하게도 그가 정시에 업무를 마치자, 수민의 기분이 몹시 좋았다. 유정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선배. 오늘은 좀 일이 있어서요. 다음에 가요." 오늘 아침, 그녀는 도한의 어머니인 선주에게서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다. 그 집에서 나온 후로, 그녀는 그 곳에 거의 가지 않았다. 그의 집안 역시 그녀를 그다지 반기지 않았고, 유정이 어떻게 지내는지 조차 거의 묻지 않았다. 임도한도 몹시 오랜만이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어쨌든 자신을 열한 살 때부터 키워준 곳이었기에 결국 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전에, 유정은 병원으로 향했다. 도저히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기 때문이다. …… 오엘 종합 병원. 산부인과 의사는 진찰을 마친 후, 컴퓨터에 빠르게 정보를 입력하고는 유정에게 진료 카드를 건넸다. "연고를 처방했으니 아침저녁에 한 번씩 바르세요. 도저히 아프면 진통제를 먹어도 되는데, 이틀 후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저, 죄송하지만 의사 선생님, 연고를 어디에 바르는 건가요?" 의사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어디에 바르냐고요?아픈 곳에 바르세요." "그런데... 저는 아랫배가 전부 다 아픈 것 같아서요..."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 "참, 요즘 젊은 여자들은 관계할 때 좀 적당히 해야지. 스스로 조절해야지, 결국 자기 몸만 상하게 되잖아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정은 얼굴을 붉히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녀는 진료실을 나서며 기분이 우울했다. 조절하라고?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설마 내가 유현우를 강간죄로 고소하기라도 해야 하나? 누가 내 말을 믿어주겠어... 유현우, 그렇게 잘생긴 남자랑 하룻밤 자고 백만 달러를 받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너무 아픈 게 문제지. 진짜 침대에만 올라가면 미친 사람 같다니까. "최 비서님? 최 비서님 맞죠?"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유정이 뒤를 돌아보니 박한서 서 있었다. 그녀는 재빨리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박 과장님, 안녕하세요. 여기서 뵙다니 신기하네요?" 그는 현우의 친구이자, 국내 최대 제약 회사인 오엘 그룹의 후계자였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의사 집안이었고, 병원도 겸하고 있었기에 현재 오엘 종합 병원 흉부외과 과장 자리도 겸하고 있다. 병원장과 부원장은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였다. 게다가, 그는 재벌 2세들 사이에서 바람둥이로 유명했다. 키 크고 잘생긴 데다 여자들에게 다정다감해서, 말 그대로 만인의 연인과 같은 존재였다. 한서는 흰 가운을 벗고 몸에 딱 맞는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유현우의 아름다운 비서를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최 비서님, 병문안을 온 건가요, 아니면 진료를 받으러 온 건가요?" "몸이 좀 안 좋아서 진료를 받으러 왔어요." 산부인과 앞에서 그를 만나다니, 유정은 조금 부끄러웠다. 한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고, 그녀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박 과장님. 유 대표님과 약속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시간이면 대표님께서 아성 호텔에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유정은 가볍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한서는 문을 열고 산부인과 진료실로 들어갔다. "윤 선생님, 방금 그 미녀, 무슨 병으로 왔어요?" "그 나이 때 여자가 무슨 병이겠어요? 관계를 너무 심하게 해서 자궁 경련이 일어나고, 아래쪽이 다 찢어졌던데." 한서는 놀라서 입을 크게 벌렸다. "세상에, 그렇게 심하게?!" …… 아성 호텔 3층에 위치한 Taxx 나이트클럽. 현란하고 아찔한 조명, 화려한 술, 귀를 찢는 듯한 음악, 광적으로 몰입하는 춤사위, 이 모든 것이 제도에서 가장 잘나가는 부잣집 자제들의 아지트인 이곳의 전경을 이루었다. VIP 테이블에는 현우가 검은 셔츠를 빳빳한 정장 바지 안에 넣어 입고 앉아 있었다. 그의 탄탄하고 완벽한 몸매가 더욱 돋보였다. 그는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레드 와인이 가득 담긴 고급 와인잔을 가볍게 두드리며, 옆에 앉은 사람들을 곁눈질했다. "성윤빈, 너 여기서 하룻밤에 돈 꽤 벌겠어?" 그는 비웃음을 터뜨리며 현우와 가볍게 건배했다. "그래도 너랑은 비교가 안 되지." 호텔 업계의 선두주자인 아성 그룹은 제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제도 호텔을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호텔업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손을 대고 있었다. 그때, 한서가 긴 다리를 휘적이며 다가왔다. 윤빈은 그를 흘끗 보며 말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 뭐, 여자랑 사랑이라도 나누고 왔나봐?" 한서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현우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사랑까지는 못 나눴고, 병원에서 예쁜 여자를 만나긴 했지." 현우는 한서를 별 신경도 쓰지 않고 묵묵히 술을 마셨다. 윤빈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할 말 있으면 그냥 해. 왜 자꾸 쟤만 쳐다봐? 쟤가 언제 여자에 관심이나 있었어" 한서는 몸을 현우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이건 얘가 관심이 더 많을 걸? 유현우, 내가 누굴 봤는지 알아?"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현우는 그의 이야기가 귀찮은 듯 대충 넘기려 했다. 그의 여자 이야기는 이제 질릴 정도였다. 한서는 다리를 내리고 옆에 앉은 두 남자에게 바싹 다가가 수다스럽게 말했다. "유정 있잖아, 너 비서. 걔가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있더라고. 내가 주치의한테 물어봤는데... 너무 심하게 해서 자궁 경련이 일어나고, 아래쪽이 찢어져서 병원에 온 거래." 윤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빠르게 그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의 얼굴에는 이미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는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한서는 담배를 한 모금 흡입하고는 천천히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현우야, 네 비서 순수하고 예쁘게 생겨서는, 설마 그렇게 화끈하게 노는 스타일이더라구. 생각해 보니까, 너희 비서 유정이랑 수민이, 둘 다 끝내주잖아. 각자 다른 매력이 있어. 너 보는 눈 참 대단하다, 그렇지?" 윤빈은는 한서에게 계속 눈짓을 보냈지만,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말했다. "아니, 그런데 누가 그렇게 짐승 같이 여자를 그렇게 막 다뤄? 설마 너는 아니겠지, 현우야? 하하하..."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들고 있던 고급 와인병을 바닥에 내던졌다. 순식간에 붉은 액체가 쏟아져 나와 바닥의 고급 양털 카펫을 적셨다. 윤빈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200만 달러나 되는 와인인데...' 한서는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듯,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설마 진짜 너였어, 유현우?!" 현우는 미간을 찌푸렸고, 그의 눈동자는 먹물처럼 짙고 어두웠다. 오늘 하루 종일,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녀가 병원에 갔다는 말을 듣자,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여자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의 침대에 오른 것도 모자라, 그의 마음속까지 파고든 것만 같았다. 누군가에게 휘둘린다는 느낌은 정말 불쾌했다. 겨우, 최유정, 이 여자 하나 때문에 이럴 필요가 있을까? 그녀가 뭔데? "여자 하나 찾아서 위층 프레지던셜 스위트룸으로 보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윤빈에게 말했다. "유현우, 너 변태야? 갑자기 무슨 여자야?!" 한서는 해가 서쪽에서 뜨는 걸 직접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윤빈은 태연하게 말했다. "농담이지?" 현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Taxx의 문을 열고 나섰다. 한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윤빈을 바라보았다. "쟤 설마 불치병 걸렸나? 죽기 전에 여자 향기라도 맡아보려고 하는 건가?"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안 그랬다간 쟤한테 너부터 죽는 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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