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4977 Words

진선은 아이들의 애정 공세에 난감해 하면서도 싫지 않은 듯 그들의 호의를 받아주고 있는 시원의 행동이 어쩐지 못마땅하다. 물론, 헤어지자는 말을 한 것은 그녀 쪽이었지만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에 자신도 모르게 늘 긴장하게 되는 진선에 비해 어쩐지 시원은 여유로운 웃음마저 지으며 눈인사를 건네 왔고, 그렇게 모든 걸 걸어 좋아해 줄 것 같았던 시원이 자신과 달리 아무렇지 않아 보이자, 그런 점들이 진선의 마음에 내심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며칠 전에 열린 3월 서클 캠핑에도 시원을 처음 만났던 날들을 떠올리며 3학년이라 함께 할 수 없었던 그녀의 부재를 아쉬워하던 자신과 달리, 캠핑 당일 저녁 학교에 잠시 들러 서클 후배들에게 간식만 나눠주고 말없이 돌아갔던 시원에게 못내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날 시원은 노랑 서클의 신입생들에게 둘러싸여 관심을 받느라 진선과 제대로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고, 평소라면 어떻게든 자신이 머무는 텐트로 찾아와 인사라도 건넸을 시원의 성격을 알기에 아는 척도 하지 않고, 볼일을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떠나버린 그녀의 태도를 통해 진선은 이제 시원과 자신은 거리를 두는 사이일 뿐임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시원은 오가며 마주치면 가벼운 눈인사를 건네는 것 이상으로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았고, 진선은 다른 누구의 탓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어쩔 수 없는 지난날의 선택을 곱씹으며 아쉬워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은 방학 때라 그럭저럭 시원이 없는 시간을 견딜 수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반에 배정받아 같은 복도를 쓰고,

Free reading for new users
Scan code to download app
Facebookexpand_more
  • author-avatar
    Writer
  • chap_listContents
  • likeA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