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개리스 왕자는 신속히 숲길을 걸었다. 뒤로는 펄스가 쫓아오고 있었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왕자는 옷에 붙은 모자를 머리 위로 뒤집어 썼다. 자신이 가장 우려했던 상황에 처해진 걸 용납하기 힘들었다. 한 남자가 죽었다. 단서가 남은 것이다. 죽은 남자는 자신이 거래한 사람이 왕자라는걸 알았다. 죽은 남자와의 거래에 펄스는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단서의 끈을 추적해나가면 개리스 왕자가 들통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미안해.” 펄스가 왕자를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왕자는 두 배 더 빠른 걸음으로 펄스를 무시했다. “정말 멍청하고 나약해 빠졌어, 내가 있는 곳을 쳐다보면 어떻게 해.”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돈을 더 달라고 나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펄스의 말이 옳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다. 그 남자는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돼지에 불과했고 거래의 규칙을 마음대로 바꿨으니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왕자는 그 남자에게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다만 살해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길 기도했다. 최종적으로 필요한 건 알리바이였다. 왕의 암살되면 대대적인 사인규명이 벌어질 게 뻔했다. 왕자는 아주 작은 단서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의심의 여지를 심어 줄만한 건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블랙우드 숲에 당도했다. 한여름 태양이 내리쬐는데도 불구하고 숲 속은 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높게 뻗은 유칼립투스 나무가 빈틈없이 빛을 차단했고 캄캄한 어둠이 왕자의 심경을 대변했다. 숲이 영 내키진 않았지만 죽은 남자가 가르쳐준 대로 구불구불한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