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장 개리스 왕자는 붐비는 시장에 서 있었다. 한낮의 태양 볕에도 불구하고 외투를 착용했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신분을 숨기기 위해 애썼다. 왕자는 왕국 내부에서도 특별히 이곳을 꺼려했다. 복잡한 골목길에 사람냄새와 하층민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왕자의 주변에서는 사람들의 흥정이 오갔고, 거래가 이어졌으며, 서로 이득을 보겠다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왕자는 골목 노점 앞에서 과일을 고르는 모양새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 펄스가 서 있었다. 어두운 골몰길이 끝나는 지점이었다. 펄스는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중이었다. 개리스 왕자는 등을 돌려 자신의 신분을 숨기는 한편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펄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펄스는 왕자에게 독약을 파는 장사치 이야기를 귀띔해주었다. 개리스 왕자가 세운 계략을 위해서는 강하고 확실한 독약이 절실했다. 한번에 끝낼 수 있는 독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왕자의 목숨이 경각에 달릴게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독은 일반 약품 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왕자는 펄스에게 이 임무를 맡겼고 펄스는 암시장을 알아본 뒤 왕자에게 소식을 전했다. 이곳까지 이리저리 길을 안내한 펄스는 골목길 끝자락에서 행실이 의심쩍은 한 사내와 은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개리스 왕자는 사실 직접 나서 거래하길 원했다. 직접 나서 순조롭게 일을 진행하고, 행여 사기를 당하거나 가짜 독약을 거래하는 일이 없게끔 하고 싶었다. 게다가 왕자는 아직 펄스의 능력을 완전히 신임하지 못했다. 이런 일들은 직접 나서 해결하는 게 최선이었다.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