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영은 스쿠터를 빠르게 몰았다. 10월의 저녁 바람은 약간의 차가움을 동반했고, 임안의 팔은 바람에 휘날리며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그녀는 이렇게 빠른 속도를 견딜 수 없었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좋은 스쿠터를 오토바이처럼 타고 있네..."
사거리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소형차가 있었다.
박찬영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고, 임안의 머리가 그의 등 뒤에 세게 부딪혔다.
소녀의 차가운 팔이 그의 팔에 닿아, 한쪽은 차갑고 한쪽은 따뜻한 감촉이 두 사람을 순간 멈칫하게 만들었다.
박찬영은 약국 앞에 멈췄고, 임안은 헬멧을 벗고 그와 함께 들어갔다.
주인은 계산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다행히 시간 맞춰 오셨네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가게를 닫을 뻔했어요!"
임안은 두 손을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약사님, 진통제 한 상자와 소독약 하나 주세요."
"6000원입니다."
박찬영은 만 원짜리 지폐를 건네주었다.
문 앞에 누군가 들어와 의문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임안?"
임안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자 우재영과 최수아가 차례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최수아는 여기서 임안을 만날 줄 몰랐다. 학기 초에 그녀는 임안의 짝꿍이었고, 일주일 동안 잘 지냈다. 비록 아직 좋은 친구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는 말이 통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더 발전한 것은 우재영 덕분이었다.
임안은 국기 게양식에서 우재영에게 첫눈에 반했고, 소녀의 작은 마음을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최수아는 임안에게 우재영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으며, 부모님이 자신의 회사를 키우기 위해 우재영의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임안은 즉시 그녀에게 우재영에게 다른 감정이 있는지 물었고, 그가 두 사람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그녀는 곧바로 부인했다.
그녀는 우재영을 이웃으로만 생각했고, 임안이 그를 좋아하니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재영과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그가 임안이 준 아침을 먹는 것을 보자 그녀의 마음은 이상하게 불편했다.
왜 그런지 몰랐다. 분명 임안을 위해 기뻐해야 하는데.
오늘 운동회에서 임안은 넘어진 우재영을 돕지 않고, 평소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남학생을 도왔다.
우재영이 다친 것을 부모님이 알게 되자, 그녀더러 우재영과 함께 약국에 가서 약을 사오라고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임안도 여기 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박찬영과 함께!
임안은 최수아가 복잡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시선이 가끔 박찬영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역시, 최수아는 천천히 그녀 곁으로 다가와 설명했다. "엄마가 그를 데리고 오라고 했어."
임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는 표시를 했다.
최수아가 물었다.
"너는 왜 여기 있어?"
임안은 대답했다.
"박찬영을 데리고 약을 사러 왔어."
우재영은 주인에게 약을 받으면서도 임안 쪽의 상황을 신경쓰고 있었다. 그녀의 대답을 듣고, 약간 불만스러운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너 왜 그와 함께 있어?"
"왜, 안 돼?"
임안이 반문했다.
우재영은 임안의 이런 태도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전에는 그녀가 그를 볼 때마다 달콤한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는 심지어 그를 기쁘게 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늘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
우재영은 이내 생각했다. 여자애들은 단지 그의 외모만 보고 좋아한 거라고. 외모에서 오는 매력이 끝나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박찬영은 주인이 거슬러 준 돈을 받았고, 한 손으로 약봉지를 잡고 있었다. 떠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최수아는 임안이 갑자기 박찬영에게 이렇게 신경 쓰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임안은 우재영과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박찬영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며, 몸을 옆으로 돌려 조용히 최수아에게 말했다.
"다음 주에 학교에서 이야기하자."
약국을 나서자 임안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렇게 딱 마주칠 수 있지? 이 도시 전체에 약국이 하나뿐이야?"
【띵! 001 알림: 호감도 -1】
응?
임안은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며 자신이 박찬영이 싫어할 만한 일을 또 했는지 생각했다.
소년의 시선이 그녀의 손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았다.
——아까 급하게 박찬영의 손을 잡았던 것이다!
급히 손을 놓았다.
"미안해."
【띵! 001 알림: 호감도 -2】
임안: 손을 놓았는데도 줄어들다니... 버그가 난 건가?
약국은 임안의 집에서 한 블록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빨리 가서 박찬영을 더 화나게 하지 않기로 했다.
"박찬영, 난 먼저 갈게. 조심히 가~"
【띵! 001 알림: 호감도 -2】
또 줄어들다니!
"너희 집 어디야?"
박찬영이 물었다.
임안은 도로 앞을 가리켰다.
"저 앞에 어두컴컴한 곳이야."
그 지역은 가로등이 오래도록 고장 나 있어서, 임안은 매번 구불구불 돌아다니다가 모퉁이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사람이나 길고양이에 놀라곤 했다.
박찬영은 눈썹을 찌푸렸다.
"상현 아파트?"
"그걸 어떻게 알았어?"
【띵! 001 알림: 호감도 -4】
아——진짜, 내가 여기 사는 게 그렇게 싫어?
*****
임안은 박찬영과 길목에서 헤어졌다.
비록 호감도가 연달아 9점이나 줄었지만, 다행히 아빠를 만나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임현철은 식탁 위에 덮여 있는 음식을 눈치챘다.
"어라, 웬 우렁각시가 우리 집에 와서 요리를 했나!"
임안은 신발을 벗고, 두 팔을 벌려 소파에 누우며 눈을 감고 칭찬을 기다렸다. "아빠, 당신의 소중한 딸이 했어요."
임현철은 놀라서 작은 눈을 크게 떴다.
"희한하네? 네가 언제 요리를 배웠어?"
아, 그녀는 과거 이때 쯤이면 위층의 예쁜 아주머니에게 요리 비법을 배우지 못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임안은 무심하게 말했다. "그냥 간단해요. 손만 있으면 되잖아요?"
"아이고, 네가 참 대단하구나. 그럼 내가 억지로라도 네 요리를 한번 맛봐야겠네!"
임현철은 부엌에서 밥 한 그릇을 가져와 의자를 당겨 앉으며, 젓가락을 들고 임안을 불렀다.
"우렁이 소녀, 와서 아빠랑 같이 먹자."
임안은 맨발로 바닥을 디디며 몇 걸음 걸어갔다.
"슬리퍼 신어! 슬리퍼!"
임현철은 자신의 슬리퍼를 그녀에게 밀어주었다.
임현철은 밥을 한 입 먹으며 말했다. "너 그 박찬영이랑 무슨 일이야?"
임안은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반문했다.
"무슨 일이긴요?"
"그냥 평범한 친구라고? 난 믿을 수가 없네."
"정말 평범한 친구예요!"
비록 임안은 그와 친구로 발전하고 싶었지만 호감도를 올리려고——
"알겠어, 알겠어. 그게 제일 좋아. 내가 말하는 건, 그 애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사람을 잘 알아보는데도 그 애는 정말 알 수가 없어."
임안은 "쯧"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 애는 그냥 고등학생이에요. 아빠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요."
비록 그가 나중에 사장이 되어 정말 깊은 사람으로 변하긴 했지만.
"아이구! 고등학생이 뭐 어때서? 요즘 너희 젊은이들 생각은 정말 뛰어나서, 우리 때보다 훨씬 대단해!"
"알겠어요, 알겠어요. 아빠 말이 다 맞아요! 나 씻으러 갈게요. 천천히 드세요!"
임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빠의 슬리퍼를 신고 현관으로 걸어가 자신의 슬리퍼로 갈아신고, 아빠의 슬리퍼를 발로 밀어주었다.
"딸!"
임현철이 그녀를 불렀다.
"왜요?"
"앞으로 밥은 네가 해!"
"알겠어요!"
*****
구시가지 경계에는 거주자가 거의 없었지만, 한 오래된 PC방은 밤새 불을 밝혔다.
PC방 위층의 불도 새벽까지 꺼지지 않았다.
박찬영은 손에 든 봉지를 침대 머리맡에 던져 놓고, 한 손으로 셔츠를 벗었다. 그의 몸은 눈에 띄는 상처로 가득했다.
그는 봉지 안의 약을 한 번 내려다보고는 쓸모없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짜증이 나서 봉지를 잡고 서랍 구석에 무심하게 쑤셔 넣었다.
수건을 들고 화장실로 가서 샤워기를 틀고, 물이 얼굴에 쏟아지도록 했다.
오늘 일어난 모든 일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며 지워지지 않았다.
임안.
하, 나를 불쌍히 여기는 건가?
그 남자는 내가 중학생일 때 감옥에 갔고, 반 친구들이 알게 되자 아무도 나에게 가까이 오지 않았다.
그 여자는 몸을 팔며 나를 짐으로 여겼다.
사람들은 내가 감옥에 간 아빠와 음탕한 엄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나를 화장실로 끌고 가서 때렸다.
긴 빗자루 막대가 내 머리 위로 세게 내려왔고——
긴 흉터를 남겼다.
박찬영은 거울의 김을 손으로 닦아냈다.
거울 속의 사람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눈빛은 차가웠다.
그는 손을 들어 눈썹 위의 길고 못생긴 흉터를 만지며 입꼬리를 올렸다.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그 사람들 모두 결국 나와 함께 상처를 입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덜 눈에 띄게 행동하면 아무도 나를 알려고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었고, 그의 모든 일은 학교 전체에 알려졌다.
고등학생들은 더 이상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지만, 말로는 하나하나가 마음을 찔렀다. 아무도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오늘을 제외하고——
그 소녀는 겉보기에는 순진해 보였다.
그는 이미 임안을 주목하고 있었다. 항상 활기차고 웃는 얼굴로 사람을 맞이하는 소녀.
그녀는 너무나 빛나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으면 그녀의 통통한 얼굴이 떠오르며, 만지면 좋을 것 같았다.
촉감이 좋을 것 같았다.
오늘 그녀가 운동장에서 그를 팔로 감쌌을 때, 그녀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말이 많았지만, 그는 전혀 싫지 않았다.
단, 그녀가 다른 사람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싫었다.
그녀에게는 은은한 향기가 있었고, 전혀 자극적이지 않았다.
박찬영은 물줄기 속에서 눈을 뜨며, 눈빛은 밤의 사나운 늑대처럼 붉게 빛났다.
그는 자신을 억제하며 물 온도를 최저로 낮췄다.
임안, 네가 나를 알게 된다면——
나에게 가까이 오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