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제가 같이 닦을게요

3186 Words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국기 게양식을 하는 것은 담안 고등학교의 관례였고, 각 반은 돌아가며 학생 한 명을 뽑아 연단에 세워 연설을 시켰다. 하지만 학생들은 거의 아무도 진지하게 듣지 않았고, 모두 작은 목소리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최수아는 임안 뒤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지난주에 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어쩌다 박찬영이랑 같이 있었던 거야?" 연단에 선 학생이 말했다. "우리는 아침 8시에서 9시의 아침 해입니다." 임안은 연단에 집중하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우연히 마주쳤는데, 마침 같이 약국에 가게 됐어." "근데 너 그 애에 대한 일 다 알고 있잖아." "무슨 일?" 박찬영은 숨기고 있는 일이 너무 많았지만, 임안은 아직 고등학교 때 그가 어떤 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는지 몰랐다. "너... 혹시 조기 치매 걸린 거 아니야?" 최수아는 다소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 최수아는 주변을 둘러보며 아무도 이쪽을 주시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애 아빠 일 말이야. 아빠가 살인죄로 감옥에 갔다는 소문 들었잖아. 우리 반에 이미 소문 다 퍼지지 않았어? 그리고... 엄마는 그런 일을 하신대." "무슨 일?" "다른 남자랑 막 얽히는 거! 사람들이 다 박찬영이 아빠 친아들이 아니라, 엄마가 어떤 남자랑 낳은 사생아라고 하더라." '사생아'라는 단어가 나오자 임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게 말하지 마." 최수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내가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렇게 말해." 임안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가 우씨 집안의 사생아라는 사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 일은 언제 밝혀진 걸까? 박찬영 자신은 알고 있을까? 최수아는 다시 임안의 등을 쿡 찔렀다. "걔가 진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런 애든 아니든, 내가 충고하는데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마. 학교에 와서도 하루 종일 자기 자리에 틀어박혀서 뭘 하는지 모르겠고, 성적도 그렇게 안 좋대." 성적이 안 좋다고? 걔는 미래에 도시 전체의 첨단 기술을 장악한 사업계의 큰손이 될 텐데. "걔 성적이 안 좋아?" 임안이 물었다. "응. 집안도 안 좋은데 노력도 안 한대. 너 걔랑 가까이 지내면 너까지 안 좋은 영향을 받을 거야." 연단에 선 학생이 마무리 말을 했다. "우리 모두 바람을 가르고 나아가 빛나는 앞날을 만들어 갑시다!" 최수아는 계속해서 말했다. "내 생각에는 걔는 앞날이 없을 것 같아. 오히려 너 말이야... 박찬영을 꽤 걱정하는 것 같더니, 나보다도 걔를 더 모르는 거 아니야?" 임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생의 그녀는 아마 최수아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오로지 위를 향해,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아이들에게만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박찬영 같은 '평범한 아이'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박찬영 덕분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박찬영은 미래에 첨단 기술을 장악한 거물이 될 터였다. 그러니 더 이상 최수아와 같은 편에 설 수는 없었다. 연단에 선 학생의 연설은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끝났고, 연단 아래에 서 있던 학생들은 기계적으로 박수를 치며 줄지어 교실로 돌아갔다. 아침 자습 시간이 끝날 때까지 박찬영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첫 번째 수업은 국어였지만, 임안은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원래 대학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했다. 방학 때 집에서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 보았는데, 국어, 수학, 영어는 괜찮았다. 다만 물리, 화학, 생물은 너무 오랫동안 손을 놓아서 공식이나 원리 같은 것들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임안이 물리 문제집을 꺼내 풀려는 순간, 교단에서 국어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성적도 안 좋은 게 매일 지각이야!" 임안은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고, 박찬영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검은색 사각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교복은 군데군데 색이 바랜 채 너무 짧아 몸에 맞지 않았다. 소년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어른에게 꾸중을 듣는 착한 학생 같았다. "됐다, 거기 문 앞에 서 있지 말고 들어와. 다음부터 주의해." 국어 선생님이 말했다. 박찬영이 막 한 발짝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반에서 당번을 맡은 청소담당이 말했다. "선생님, 오늘 박찬영이네 두 줄이 칠판 당번인데, 칠판 닦고 가라고 하세요!" 국어 선생님은 들고 있던 분필을 다시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래, 그럼 칠판 좀 닦고 와. 화장실 가서 물 떠 와. 젖은 걸레로 닦아." 청소 부장은 임안도 어렴풋이 기억하는 아이였다. 이름은 강수혁이었고, 우재영과 같은 농구부였다. 과거 임안은 매일 야간 자습 전에 농구 코트로 달려가 그들이 농구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전생의 그녀는 강수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나중에 우재영과 싸우고 농구 시합 때 우재영을 다치게 했기 때문이다. 【띠링! 임무 수락 대기 중: 박찬영이 칠판을 닦는 것을 도와주세요.】 임안: 좋아! 그녀는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교단 옆으로 걸어갔다. "선생님, 저희 두 줄이 칠판 당번이니까 제가 박찬영이랑 같이 닦을게요. 그럼 칠판도 빨리 닦고 선생님도 빨리 수업을 시작하실 수 있잖아요." 임안은 이 반에서 나름 눈에 띄는 아이였다. 그녀는 고등학교 1학년 장기자랑 때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 많은 남학생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우재영을 향한 그녀의 당돌한 구애는 여학생들의 질투를 사기도 했지만... 속으로는 모두 그녀의 용기를 대단하게 여겼다. 그래서 임안이 이렇게 먼저 나서서 칠판을 닦겠다고 하자, 교실 안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로 집중되었다. 국어 선생님은 착한 얼굴을 한 임안을 보고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임안 학생, 참 착하구나." 박찬영은 여전히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시선 역시 임안에게로 향했고, 핏기 없는 얇은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안으로 들어와 더러운 물이 담긴 대야를 들었고, 임안은 더러운 걸레 두 개를 들고 그의 뒤를 따랐다. 복도에서는 수업에 늦어 매점으로 뛰어가는 몇몇 아이들이 스쳐 지나갔다. 임안은 옆으로 비켜서서 박찬영의 어깨에 바짝 붙어 계속 걸어갔다. 그녀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발견했다. 박찬영의 입술은 다른 사람들보다 색이 옅었고, 대야를 들고 있는 손가락 마디는 창백했다. "박찬영, 너 어디 아픈 거 아니야?"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 화장실 세면대는 남녀 공용이었다. 박찬영은 더러운 물을 버리고 대야를 수도꼭지 아래에 놓고 헹궜다. 박찬영이 손을 내밀었다. "걸레 줘." 임안은 걸레 하나를 건넸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들고 대야에 넣어 빨았다. 작은 대야 안에서 네 개의 손이 서로 스치며 문질러졌다... 무심코 그의 손가락에 닿았을 때, 임안은 서늘함을 느꼈다. 그의 손 자체의 온도인지, 아니면 물 온도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 지난번에는 그의 몸이 엄청나게 뜨거웠는데. 물속에서 박찬영의 손가락이 살짝 굽혀지더니, 임안의 손에 들린 걸레까지 가져갔다. "내가 빨게." 그가 말했다. 임안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빼내어 수도꼭지 아래에서 헹군 다음 옷에 두어 번 문질렀다. 교실로 돌아와 임안은 걸레를 꽉 짜서 칠판 왼쪽을 닦았고, 박찬영은 오른쪽을 닦았다. 그녀는 교단 아래에서 여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임안이 운동회 때 박찬영을 부축했다는 소문 들었어?" "무슨 부축이야, 내가 봤는데 걔네 둘이 껴안고 있었어!" 임안: 너 대체 어디를 본 거야? "뭐? 근데 임안이 우재영 쫓아다니는 거 아니었어?" "내 생각에 걔 일부러 박찬영이랑 가까이 지내면서 우재영 질투하게 만드는 것 같아! 밀당이라고 알아?" 【띵! 001 알림: 호감도 -2】 임안: 그만 좀 깎아... 그런 거 아니라고... "그렇게 설명하니까 말이 되네. 내가 그랬잖아, 임안이 왜 우재영을 놔두고 저런 애를 챙기는지 모르겠다고." 임안은 키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칠판 위쪽을 닦을 때는 발끝으로 서야 했다. 교실 아래에 있던 남학생 하나가 그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박찬영, 너 남자 아니야? 임안이 칠판에 안 닿는 거 안 보이냐? 안 도와주고 뭐 해?" 다음 순간, 그녀의 손에 들린 걸레가 누군가에 의해 낚아채였다. 박찬영이 그녀의 뒤에 서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 위쪽에 있던 희끗희끗한 칠판을 깨끗하게 닦아 주었다. 임안은 남학생들의 지시에 묵묵히 따르는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 한구석이 갑자기 쿡 하고 찔리는 듯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박찬영은 너무 억울했겠구나…. 【띠링! 001 알림: 임무 완료! 포인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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