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와, 나랑 같이 자.

2498 Words
      ************     몇 시간이 지났을 까.. 각자 자신이 머물고 있는 자취방에서 씻는 중..   그녀의 등에 여전히 남겨져 있는 선명한 수술흉터 자국     쏴아아아…] 시윤은 그저 샤워호스기에서 나오는 물을 몸으로 맞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었다.       ‘나는 괜찮지만.. 건우는? 건우는 어쩌고…’ 그 남자가 자신에게 보였던 행동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가지않아 그녀는 볼을 한번 세게 꼬집어보았다.   “아야야야야! 내가 무슨 짓을 하는거야?! 수도세 폭탄나오겠네!” 따스한 공기를 뒤로 한 채, 그녀는 화장실에서 나왔다. 어두운 금색의 허리까지 오는 웨이브에 긴 머리길이 옷을 입고 무슨 생각이 든 건지, 그녀는 줄곧 머리를 말리며 사진만 바라보았다.     쾅쾅쾅!] “우왁, 깜짝이야!” “안에있냐?! 나야 문 좀 열어줘!”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오는거야 이 녀석은?     *******     AM 00 : 43 얘 잠도 없는건가…? 문을 열어주자 수면잠옷바람으로 치킨과 맥주를 들고 싱글벙글 녀석은 놀란 그녀를 보며 웃고있었다.     “도대체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는거야?” “여자친구 만나러 왔는데 기분이 나쁠 게 뭐가 있다고? 아무튼 잠깐만.” “….어..어?”     부드럽게 녀석은 그녀를 안아주었다.   ‘베이비파우더 향.. 방금 씻고 나온건가? 향 좋다.’ 어느 세 녀석은 그녀의 목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어.. 저기 건우야? 밖에서 이러지 말고 우리 들어가서…  치킨이라도 먹던지 식고 있잖아. 따듯할 때 먹어야지.“ “그래. 들어가자” “으악! 머리 쓰다듬지 마! 방금 감은거라 모양이 그대로 묻어난다고!”     삐쥭삐쥭 입술을 내밀며 그녀는 새침데기 표정으로 변해있었다. 그런 시윤이를 좋다고 바라보는 건우.       “어차피 내일은 공강이고, 치킨이랑 맥주 사왔으니까 같이 먹으면서 할 이야기도 하고.” “무슨 할 이야기가 있다는 건데?” “아, 글쎄. 그건 두고보면 아는 법이지 뭘 더 따지냐.”     수면잠옷으로 쫓아온것부터 이것저것 따지고 싶었던 그녀였지만 피식 웃으며 그 남자를 자신의 집으로 들였다.       *********     모락모락 김이 나는 치킨앞에서 서로를 보며 닭다리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먹는 두 사람   시윤이도 건우도 그 누구도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 아무 말 없이 먹는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맥주였다.       “시윤아?” “…야 건우야. 이거 맥주 도수 있는거야?” 짠 것을 먹어서 그런가? 그녀는 차가운 맥주를 자신의 컵에 담았고, 급하게 마시는 그녀 그런 그녀를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건우였었다.   이내 그 불안함은 적중.   그렇게 맥주를 급하게 마실 때부터 알아봤어야했었다. 뜯어말려야했었는데 갑작스럽게 저러니....어휴, “으이그 무식한 아가씨야. 내가 못살아.” “……” “이리와 시윤아..” “..응..”   알게 모르게 술 냄새를 풍기며 그녀는 녀석의 품에 안겨있었다.       과 회식 때와는 천지차이로 다르게 그녀는 고양이처럼 몸을 말아버린 채 그 남자의 품에서 어울리지 않는 애교(?)를 부리고있었다.       ‘흐유, 얘 감당하려면 앞으로 한참 노력해야할거같은데..’ 벅벅벅 머리를 긁더니 자신의 품 안에 있는 그녀를 자신의 체온으로 품어주었다.     “…..건우야.” 나지막하게 자기자신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녀석 또한 놀랐고 “자는거 아니였어….?” “..응..” 가만히 녀석의 품에서 시윤은 건우의 심장박동소리만 듣고있었다.     “….네 품.. 따쓰하다..”     언젠가 내가 죽게 된다면 이 사람처럼 따스하게 죽을 수 있을 까 그녀에게는 죽음이라는 것은 한번 겪어봤던 터라. 기억을 잃어버리고 저주 받아버렸다고 생각했던 내 몸을 내 마음을 건우는.. 알면 괴롭고 힘들어하겠지…     아무 말없이 그녀는 녀석의 품에 머물렀다.       *******     맥주 잔을 들고 있는 그녀와 그 남자. 시윤은 그저 꺼내기 싫었던 이야기를 하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사이 건우는 그저 말없이 시윤을 바라보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거… 힘들지 않아?” “..너가 괜찮다면, 나도… 괜찮겠지”     그리고 줄줄이 이어나가는 그녀의 이야기       제법 시끄럽게 달리는 오토바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시윤은 다른 남자의 몸을 뒤에서 꼭 끌어안고 있었던 상태였고 두 사람의 왼쪽을 과속하는 차가 달려와 충돌한 교통사고.     사고로 둘 다 날아갔지만 헬멧을 쓴 그녀는 무사했지만. 자신의 헬멧을 그녀에게 줬던 그 남자는 차디찬 길바닥에서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사인은 과다출혈.     차라리 내 피를 사용하라고 외치는 것과는 다르게 그 남자의 혈액형은 희귀한 RH-AB 그녀는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 딱 하나 할 수 있었던 건 그 때 당시의 기억을 모조리 지워버리는 것. 하지만, 그 일도 그녀에게는 자유가 없다. 그 기억을 잃어버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신이 하는 일.       그녀가 다시 눈을 뜬 곳은 하얀 커튼이 달려있는 그리고 자신의 몸에 여러 가지의 장치들이 부착된 장소. 병원이고 그녀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그녀의 주위 사람들은 모두 울고만 있었다.     무균실. 세균도 침입할 수 없지만, 사람들의 미소도 온기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던 그 곳. 그녀는 그 곳에서 15일을 보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건우는 그저 맥주 잔만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야기는 여기까지. 너한테 말 못한 건 어쩔 수 없었어.” 그녀의 죄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나도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표정을 건우는 읽어낸 걸까. 그녀는 아직도 그 때 그 기억이 무서워서 그 상황이 두려워서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이리와.” 말을 잇지 못하던 건우가 내뱉은 말은 다름 아닌 자신에게 오라는 말.   “건우야…?” 쪼르르 그 남자의 품에 다시 폭 하니 안기는 그녀였었다.     강하다고 만 생각했었다. 그녀가, 감정 만큼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도 여자인 터라 그런 슬픔을 겉에서는 드러내지 못해도 속으로 삯히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속에 구렁텅이가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 걸까..       “시윤아.” “……” 이제는 그녀가 말이 없었다.     ***   깨끗하게 정리 된 그녀의 방. 다 먹고 치킨을 포장했던 박스는 현관문 앞.   그녀의 방을 둘러보던 도중 문제의 그 사진을 들여다보는 건우였다.     ‘이제, 시윤이 제가 챙길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건우야?” 아까와는 사뭇 다르게 얼굴에 은은하게 웃음 꽃이 피어오른 그녀였다. “역시, 너는 웃으니까 가장 예뻐.”     여느 남자와는 다르게 여자들이 쓰는 침대에서는 그리고 여자의 방에서는 화장품 향이나 섬유유연제 향이 은은하게 난다. 그녀의 침대에 멍하니 누워서 하늘 바라보고 있는 건우였었고 그녀는 그런 건우를 빤히 지켜 보고 있었다.         “시윤아.” “…응” “이리 와 오늘 나랑 같이 자.” “…….으응..” 자연스럽게 팔 베게를 해주더니 녀석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이제 모든 것이 솔직해졌기에. 이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서 서로를 사랑하는 일만 남았으니 깐.    
Free reading for new users
Scan code to download app
Facebookexpand_more
  • author-avatar
    Writer
  • chap_listContents
  • likeA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