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텅 빈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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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텅 빈 도시 경사진 통로 끝에 구형으로 된 깜깜한 물의 장막이 가로막고 있었다. 물의 장막을 통과해가자 장막 끝이 동공처럼 서서히 열리며 코발트빛이 터져 나왔다. 거대한 짐승의 눈 뒤편에서 수정체를 향해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물속에서 바라보는 수면처럼 장막 반대편이 너울거렸고 그 너머에 코발트빛의 대기가 펼쳐져 있었다. 떨어지는 힘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루미는 곧장 물의 장막을 통과했다. 젤리처럼 끈적끈적하고 볼록 거울 같은 수정체를 닮은 층이 나타났다. 층 한가운데 동공처럼 열려 있는 구멍을 통과했다. 루미는 빛이 터져 나오는 공간으로 내던져졌다. 풍―! 구형으로 이루어진 장막을 통과하자 곧이어 동공처럼 생긴 구멍이 닫혀 버렸다. 루미 앞에는 드넓은 코발트빛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거대하고 둥근 천장 밑의 하늘과 솜사탕 같은 구름, 그리고 하늘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처럼 치솟은 거대 선인장들……. “루앙이야! 내가 루앙의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빠져나왔어!” 루미는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하지만 루미는 공중에서 아래로, 아래로 아주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계속 떨어져 내리다가는 땅에 곤두박질칠 것이다. 루미는 숨을 들이쉬어 공기주머니를 가득 채웠다. 두 공기주머니가 빵빵하게 부풀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떨어지는 속도가 갑자기 줄더니 공기 중에 내던진 두 개의 꽈리 풍선처럼 몸이 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도는 것이었다. 루앙은 지구의 하늘보다 밀도가 훨씬 높은 대기로 이루어져 있다. 수많은 바위 공으로 된 문들과 동공처럼 스스로 열리고 닫히는 장치에도 불구하고 루앙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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