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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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건 오빠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이진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듯 "빨리 가. 학교에 알려져서 경찰서에 끌려가면 내가 돈이 없어서 못 꺼내 줘" 라고 말했다. "안 돼! 오늘 나 그 사람하고 꼭 이야기해야겠어!" 문진은 이진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돌진했다. 소희는 남의 사생활에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 특히 문진처럼 일이 많은 경우는 더욱 그랬다. 그녀는 발걸음을 옮겨 운동장으로 향했다. 때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었고, 1학년 신입생들의 군사 훈련이 끝났는지 운동장에는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 주변 농구장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더 많았다. 농구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남학생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한눈에 드리블을 하고 있는 서준을 알아보았다. 너무 더운지 외투를 벗고 안에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멋있어 보였다. 그가 골을 넣을 때마다 주변의 여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서준 너무 멋있어! 그 때문에 내가 학생회에 들어가고 싶은 거야!" "헐! 서준이랑 같은 반이었으면 좋겠다! 매일 그의 완벽한 얼굴을 보면 밥도 두 그릇은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접어. 연애에 1도 관심 없대! 1학년 후배들이 인스타를 찾아서 팔로우하고 연락 할 수 있을 줄 알았데. 근데 그게 부계정이었대!" ... 소희는 사람들의 토론을 들으며 서준을 힐끗 보았다. 서준은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해서 여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타입이었다. 그는 예의가 발라서 다른 여학생들이 물을 주면 정중하게 거절했다. 정말이지, 이런 남자를 좋아하지 않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때 문진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는 밖에 서 있던 소희를 거칠게 밀치고 위협적으로 서준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키가 크고 힘이 세서 세게 밀치는 바람에 소희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팔꿈치가 바닥에 쓸려 넘어지면서 아파서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문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준에게 달려가 몇 걸음 만에 그의 앞까지 다가가 "이서준! 너 비겁하게 왜 그랬는지 무슨 이유를 대더라도 인정 못 해!"라고 소리쳤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먹이 날아왔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학교에서 누군가 싸움을 벌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그것도 사람을 때리다니! 누군가 정신을 차리고 말리려고 했다. "너 어느 학교 사람이야? 왜 갑자기 사람을 때리고 그래?!" "내가 갑자기 사람을 때린다고?" 문진은 사람들에게 끌려 나왔고, 서준을 가리키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분명히 걔가 날 때려서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내가 복수하러 온 것도 안 돼?!" "무슨 헛소리야?!" 한 학생이 즉시 불만스럽게 반박했다. "서준은 손찌검도 안 하는 애야! 어떻게 너를 응급실에 보낼 수 있겠어!" "맞아! 변명할 거면 좀 그럴듯하게 해!" "내 생각에 너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것 같은데! 다들 빨리 경찰에 신고해!" ... 서준은 사람들에게 끌려 나왔다. 그는 얼굴을 한 대 맞았지만 전혀 화가 나지 않은 듯했다. 흥분한 문진과 달리 그의 표정은 여전히 지나치게 차분했고, 화가 나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의 눈은 무심코 바닥에서 막 일어난 소희에게로 향했다. 어린 소녀는 심하게 넘어진 듯 팔에 붉은 자국이 나 있었다. 피가 난 것 같았다. 호박색 눈동자의 미소가 조금 희미해졌고, 알아채기 힘든 차가움이 서렸다. 그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눈빛을 순식간에 차갑게 바꾸었고, 분위기는 조금 무거워졌다. ***** "경찰에 신고하세요!" 경찰서 안, 양 비서는 허겁지겁 달려와 그곳에 앉아 있는 서준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그는 재영의 수석 비서였고, 오늘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고 하던 일을 모두 제쳐두고 달려온 참이었다. 재영은 아내가 죽은 후 재혼하지 않았고, 서준이 어렸을 때 애인을 집에 데려온 적이 있었다. 원래는 결혼까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서준을 골방에 가두고 3일 동안 밥을 주지 않아 재영이 발견했을 때 그는 거의 죽기 직전이었다. 그 일로 재영은 재혼할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그녀는 원래 이안을 임신한 채로 들어왔고, 이안을 빌미로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고 했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자 재영은 화가 나서 그녀를 집에 들이지도 않았다. 이안은 성씨조차 붙이지 못했다. 지금의 서준은 이가의 외아들이었다. 이가의 유일한 후계자였다. "죄송합니다, 저희 오빠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이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황급히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의 집안 형편은 좋지 않았고, 문진은 평소에 사고를 치긴 했지만 경찰서에 온 적은 없었다. 그녀는 이번에 서준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나와서 경찰에 신고할 줄은 몰랐다. 문진은 이제 겨우 스무 살이었고, 이렇게 어린 나이에 전과 기록이 남으면 앞으로의 인생이 망가질 터였다! 양 비서는 얼굴에 성난 기색을 띠고 문진을 흘끗 보았다. 그는 십수 년 동안 재영 곁에서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강렬한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면 학교까지 찾아가서 사람을 때립니까?" 그의 말투는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진은 이가가 어떤 집안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은 마구 뛰었고, 거의 체념한 듯 서준을 바라보았다. "이서준, 이 일 그냥 좋게 해결할 수 없을까?" 이진은 거의 애원하는 투로 말했다. 그녀는 원래 거만한 성격이었다. 예전에 집에서 홈스쿨링을 할 때, 현 지역의 교육 자원이 부족했지만 그녀의 성적은 모든 선생님들이 그녀를 우러러보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그로 인해 그녀는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 되었다. 그녀는 서준과 대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 알게 되었다. 서준은 성격이 좋아서 누구에게나 항상 온화하고 예의 바르게 대했다. 하지만 둘의 접점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1학년 여름 방학 때,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는데 우연히 그와 같은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다. 서준은 누구에게나 온화하고 예의 바르게 대했고, 심지어 그녀가 실수를 해서 점장에게 혼날 때면 그녀를 위해 변명해 주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이 학교의 다른 여학생들과는 다르게 그의 눈에 띄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그녀가 고백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거절했다. 그녀는 한때 그의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가 자신의 출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집에서 돈을 훔쳐 명품을 사려고 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녀는 둘의 우정을 생각해서, 서준이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면 병문안을 와 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양 비서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경찰에게 불려 갔다. 순식간에 밖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하..." 이진은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준이 매우 짜증 난 듯 비웃는 소리를 냈다. 그는 벽에 기대어 그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냉담하고 경멸하는 눈빛과 그만의 특유의 오만함을 담아 말했다. "내가 왜 좋게 해결해야 하지?" 이진은 마음속으로 불안감을 느꼈다. 이서준 같은 사람은 애초에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게다가 지금은 이가의 신분은 말할 것도 없고, 문진이 먼저 손을 댔으니 서준이 합의를 원하지 않으면 이 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예전에 같이 아르바이트했던 거 생각해서라도..." 이진은 자신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녀와 서준의 접점은 이것뿐이었다. 그녀는 과거의 인연을 내세워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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