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집으로 들어가는 초입, 지용이 담벼락에 기대고 서 있다가 서현을 발견하고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서현은 그를 무시하고 지나쳐 걸었다. 지용은 그의 반응이 익숙한 듯 그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휘파람까지 불어대는 걸 보아하니 아주 신이 난 것이 분명했다. 서현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확 돌아봤다. “오늘도 우리 집에서 자요?” “그 ‘우리’는 나도 포함되는 건가?” “오늘도 내 집에서 자요?” “철벽 너무 심하다. 오늘은 그냥 잘 들어가나 확인하러 왔어. 아마 몇 달은 못 볼 거야.” 지용은 자연스럽게 서현의 볼을 쓰다듬었다. 서현은 의구심이 들었다. 몇 달 못 보는데 내가 잘 들어가는지 기어 들어가는지 왜 확인하러 오지? 설마……. 의심 가득한 서현의 표정에도 지용은 아랑곳하지 않고 볼에 키스까지 한다. 지용이 떨어지자마자 서현은 옷소매로 볼을 벅벅 문질렀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옷에 마찰이 된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지용은 그런 서현의 행동에 웃음을 낮게 흘렸다. “원정 거래 아니야.” “……그럼 됐어요. 잘 가요.” 지용은 아무런 미련 없이 뒤돌아 집으로 들어가는 서현의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눈에 그렇게 걱정을 가득 담고 무표정으로 쳐다보면 모를 줄 알았는지, 속이 뻔히 보여서 귀여웠다. 그렇지만 서현은 끝까지 뒤돌아보지 않은 자신에게 칭찬을 해 주고 있었다. * 디베라 실종 2일 차. 유력 용의자들은 추려졌으나 망할 가해자 인권 보호 단체가 만든 하등 쓸데없는 법 때문에 그들의 거주지를 쉽게 알 수 없었다. 사건번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