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깜짝이야.” 화가 나서 잠에 든 서현은 제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지용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겨우 한번 방문 한데다가 비밀번호도 모를 텐데 도대체 어떻게 들어왔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지용의 잠든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침대 위로 털썩 누워버렸다. 기억을 지우라는 것 자체가 정말 짜증나는 조건이었다. 들키지만 않으면 되지 않나, 하던 안일한 생각을 한 제 자신을 때리고 싶을 정도였으니. 가끔가다 조직원 몇 명이 기억을 강제로 지웠다는 얘기를 건너건너 들었을 때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 제 자신이 신물이 났다. “무슨 생각 해?” 깊이 생각에 잠긴 서현은 지용이 일어난 것도 깨닫지 못했다. 지용은 서현의 옆에서 한참 손가락을 가지고 놀다가 아무 반응이 없는 서현의 손을 슬쩍 잡았다. “도대체 어떻게 들어왔어요?” “내가 못 하는 건 없지.” 지용의 말에 그건 맞지, 하며 고개를 끄덕인 서현은 지용이 잡은 손을 놔버렸다. 지용은 아쉬운지 입맛을 쩝 다시곤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헤드에 기댔다. 그러곤 서현의 머리를 잡아 제 어깨 위에 기대게 만들었다. “뭐 하는 짓이에요?” “이러니까 옛날 생각나지?” “하나도 안 나는데요.” “그래, 그 때도 이렇게 분위기 좋은 저녁이었지.” “저녁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둡지 않나.” 지용은 조잘대며 분위기에 찬 물을 부어버리는 서현의 머리에 작게 꿀밤을 놓았다. “방법을 많이 찾아보자.” “…….” “퀸. 킹 옆엔 퀸이 있어야 돼. 그래서 내가 여기로 온 거야. 무슨 뜻인지 알지?” “우리 둘이 어떻게……!” “서현아, 우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