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국대장군은 이미 남강시에 도착하였다. 현재 최고의 권력기관에서 장군을 맞이하기 위하여 특별히 환영파티를 마련한 것이다.
이런 자리에 초대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절대로 평범한 신분이 아니었다. 적어도 남강시에서 내놓을만한 인물들이었다. 장 씨 가문과 같은 사람들은 절대로 끼어들 수 없는 자리였다.
이건 평범한 초대장이 아니라 신분의 상징이였다.
"초대장 한 개에 두 사람 밖에 참석하지 못한다. 당신들 중에서 내 마음에 든 자가 있다면 내 비서가 되어 같이 파티에 참석할 기회를 주겠다."
진호는 초대장을 손에 들고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저요. 저요. 제가 가겠습니다!"
"도련님 제를 데리고 가주십시오!"
장 씨 집안사람들은 너도 나도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다투기 시작하였다. 만약 파티에 참석하기만 한다면 신분 상승은 물론 인맥을 쌓고 앞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 기회를 놓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만들 하거라!"
장 씨 할머니가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다투고 있는 장 씨 집안사람들을 보면서 말했다.
"이런 일은 내가 집적 참석하는 게 맞다!"
"진무야. 내가 너의 비서 되어 너랑 파티에 참석하면 어떻겠니?"
"생각해 보고 결정할게요."
"야, 이게 뭔지 눈을 뜨고 똑 봐 바로 봐봐. 너 같은 사회 천민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받을 수 없는 초대장이야! 이게 너랑 나의 차이야."
진무는 손에 든 초대장을 진무에게 보여주면서 비아냥댔다.
"어제처럼 또 나대 보시지? 자자. 내가 움직이지 않고 여기 서있을 테니 한대 더 쳐봐!"
진무는 얼굴을 조현에게 가까이 갖다 댔다.
짝!
조현이 또다시 진무의 따귀를 때린 것이었다.따귀에 맞은 진무의 빰은 순식간에 커다란 손자국이 생겨남과 동시에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의 손에 들었던 초대장도 그가 뒤로 넘어가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네가 정 원한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조현은 시니컬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회의실은 삽 시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사람들의 반응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 자식 미쳤어. 미친 것이 분명해!
"이게 죽고 싶어..."
진무가 욕을 퍼부으려다 조현의 두 눈과 마주치는 순간 왠지 모를 두려움이 온몸을 덥혀 그대로 얼어버렸다.
이 자식 분명 제정신이 아니었다. 지금 자신이 덤볐다간 크게 다칠게 뻔했다.
"그래. 우리 다시 곧 보자고!"
진무는 얼른 얼굴을 감싸며며 도망치듯 회의실에서 빠져나왔다.
보디가드를 데리고 왔어야 하는데.
"진무야. 그게 아니고..."
장씨 할머니도 냉큼 진무 뒤를 쫓아가 그를 달려보려고 하였다.
하지만 잔뜩 뿔이 난 진무는 장 씨 할머니를 옆으로 밀어내면서 소리치듯이 말했다.
"일 처리를 이렇게 하는 게 어디 있어요? 두고 보세요.
내가 오늘 받은 수모는 나중에 꼭 갚아 드리죠!"
진무는 씩씩대며 자리를 떴다.
"진무야, 잠깐만. 이번 일은 우리 장 씨 집안이랑 아무 상관이 없어!"
장 씨 할머니는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지금 초대장이 대수냐고!
진 씨 가문에 이번 일로 앙심을 품고 보복이라도 한다면 장 씨 가문은 결국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미연아. 지금 당장 진무에게 가서 빌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무의 용서를 구해!"
장 씨 할머니는 미연을 보고 소리를 쳤다.
다른 친척들도 미연을 향해 삿대 지를 해대며 욕을 했다.
"왜 아직 가만히 서있어. 얼른 가서 진무 도련님에게 싹싹 빌지 못하고! 아니면 우리가 도와줄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 씨 집안사람들은 노끈을 가져와 미연을 묶으려고 하였다.
미연은 너무도 놀라 뒷걸음을 쳤다. 바로 그때 조현이 그들 앞을 막아서면서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발자국이라도 더 움직였다간 크게 다치는 수가 있어요."
조현의 위험이 섞인 말투에 장 씨 집안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을 쳤다. 그들은 가슴에 마치 커다란 바위가 눌려있는 듯한 느낌에 숨을 쉬기 힘겨웠다.
군주의 위험이란 것이 이런 것이다. 하물며 조현은 아직 자신의 본 모습을 전부 보여주지 않았는데 장 씨 집안사람들은 그의 기에 눌려 벌벌 떨고 있었다.
"미연아. 이 할미의 말이 장난처럼 들리니?"
조현은 무서워서 건드리지 못하겠으니 미연에게 다시 화살을 돌린것이다.
"지금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갈래뿐이다.
진무를 찾아가거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거나 아니면 장씨 집에서 너를 쫓아내는 수밖에..."
미연은 흘러나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면서 말했다.
"저도 장 씨 집안의 일인으로서 장 씨 집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몸을 팔아가면서 남의 비위를 맞춰 주는 건 죽어도 못하겠어요!"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 미연은 눈물을 닦으며 회의실을 나갔다.
"어딜 가는 것이야? 당장 돌아오지 못하겠느냐!"
장 씨 집안사람들은 미연을 쫓으려 하였지만 조현의 눈 빛 한 번에 가만히 서있었다.
장 씨 할머니는 분노를 하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바로 그때 울리는 퍼지는 벨 소리에 장 씨 할머니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고 몇 마디를 나누지 않았지만 할머니의 얼굴에는 다시 빛이 돌기 시작했다.
"얼른 가서 준비하거라. 위에서 통지가 내려왔는데 오늘 장 씨 가문 사람들을 환영 파티에 초대하여 같이 문 앞에서 손님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게끔 하였다!"
장 씨 할머니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어올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진짜인가요?"
순식간에 회의실 안 곳곳에서 환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비록 문 앞에서 손님맞이하는 것뿐이지만 활동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있어서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미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서 울기만 하였다.
"미안해요, 미연 씨. 내가 참지 못하고 또 사고를 쳐버렸네요."
조현은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미연을 바라보면서 사과를 했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미연은 고개를 들어 조현을 바라보고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오늘 조현 씨가 구하러 와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솔직히 엄청 감동했어요. 결혼을 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오늘처럼 사내다운 모습은 처음 봤거든요."
"진심이에요?"
조현의 미연에 말을 듣고 나서야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나는 미연 씨가 괜한 짓을 했다며 또 나를 혼낼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연 씨, 그 사람들은 미연 씨의 진정한 가족이 아니에요. 그 사람들을 멀리하는 게 좋겠어요."
"조현 씨, 뭐 하나만 부탁하면 안 될까요?"
"네? 뭐든지 말해요."
미연은 숨을 고르고선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평생 당신이 오늘처럼 나의 곁에서 나를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갑작스러운 미연에 부탁에 조현은 놀라서 눈만 껌뻑이다가 졸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조현은 흘러내린 미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면서 경건한 말투로 대답을 하였다.
"평생 미연 씨 곁에서 미연 씨를 지켜드리겠습니다."
바로 그때 조현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조현은 핸드폰을 슬쩍 보고 나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인가?"
천영이였다.
"군주, 주단영으로부터 좀 전에 군주를 만나 뵙고 싶다는 연락이 왔었습니다. 자신에게 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군주, 제가 이 일에 끼어들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주제넘게 한마디를 해야겠습니다. 그때 그 일은 주단영의 실수 이긴 하였지만 그가 절대로 고의적으로 저지른 일이 아니잖습니까? 군주에 대한 충성심을 봐서라도, 그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십시오."
조현은 잠시 슬픔에 잠기더니 가벼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래. 그에게 전하거라. 이따가 그의 환영파티에 참석할 테니 절대로 나의 신분을 밝혀서는 안된다고. 그리고 그랑 말을 섞고 싶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