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장씨 제단 회의실.
"얼른 진무에게 무릎 꿇고 사과드리지 않고!"
진무는 예상 밖으로 직접 조현을 찾아가 복수를 하지 않았다. 그는 장 씨 제단으로 찾아가 어제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일러버렸다.
진무의 얘기를 들은 후 장 씨 집안사람들은 너무 놀라 뒤로 자빠질 뻔하였다.
진무가 어떤 사람인가?
그는 화성물산의 진명의 독자다. 장씨제단은 화성물산앞에서는 세발의 피였다.진명의 한마디면 장 씨 제단이 가볍게 무너질 수 있었다.
"무릎 꿇는다고 다 해결이 될까요?"
진무는 따리 꼬고 발을 까닥이면서 미연을 위아래로 훑으면서 말했다.
"세상 모든 문제가 무릎 꿇는 것만으로 해결된다면 경찰이나 검찰이 필요 없겠죠?사과를 할 거면 성의를 보이시죠."
진호의 뜻을 이해한 장씨 집안 사람들은 미연을 보면서 말했다.
"미연아. 따지고 보면 이 일의 시작은 너 때문이지 않니? 그러니 지금 진무와 같이 집으러 가서 진심으로 사과드려!"
장 씨 집안사람들은 미연을 가운데 세워 놓고 그녀를 훈계하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만만하지? 왜 다들 나만 갖고 그래?
미연은 억울함에 눈시울이 붉어졌고 가슴이 답답해 났다.
자신의 출신 때문에 미연은 장 씨 집안에서 늘 외톨이 신세였다. 하지만 장 씨 집안사람들이 회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진무에게 팔아넘길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할머니..."
미연은 할머니의 구원의 손길을 바라면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장 씨 제단 소유주가 세상을 떠난 뒤 장 씨 제단의 결정권은 장 씨 할머니 손으로 넘어왔다. 미연은 할머니께서 자신의 편에 서기를 바라며 나지막이 할머니를 불러보았다.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지 말거라. 나는 너 같은 손녀를 둔 적이 없다."
"원망하거든 너의 무능한 남편을 원망하거라. 무식하면 용감하다니 감히 진무를 건드려?"
"오늘 일은 네가 책임지고 해결하거라. 지금 진무와 같이 집으로 돌아가서 진무가 용서할 때까지 싹싹 빌어. 그래도 못하겠다면 호적에서 너를 파 버리는 수밖에 없지."
믿었던 할머니까지 자신을 버렸으니 미연은 자신의 세상을 잃은듯한 절망감에 빠져버렸다.
"할머니, 저는 할머니의 친손녀에요. 어떻게 친 손녀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가 있어요?"
"그 입 다물지 못할까!"
"그래 말 잘했다. 아직 이 할미의 친손녀라고 생각한다면 어서 내 말을 듣거라."
할머니의 말이 끝났지만 미연은 미동조차 없었다.
"나를 너무 원망하지 말거라. 이 보게들. 이 녀석을 묶어다 진무의 차에다 실어 놓아라."
할머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이 몰려와서 미연에 팔과 다리를 묶어버렸다.
미연은 소리를 치면 반항을 해봤지만 결국 꼼짝없이 장 씨 집안사람들에게 당하고 말았다. 미연은 절망감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잠시만요!"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오른 진무는 사람들을 멈추게 하였다.
"지금 조현 그 자식한테 전화해서 이곳으로 오라고 해.
그러고는 그 자식더러 직접 자신의 마누라를 묶으라고 해야겠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 찌질이 감히 도련님께 손찌검을 하다니.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도련님께서 그 자식을 크게 혼내주십시오."
"지금 당장 전화 걸어 그 자식더러 빨리 오라고 그래.
이따가 무조건 저 자식더러 무릎 꿇고 내 신발을 깨끗이 핥게 만들어 줘야겠어."
"제발 부탁이에요. 그 사람은 부르지 말아 주세요.
이 일은 제가 책임지고 해결하면 되잖아요!"
미연은 빨개진 눈으로 진무를 쳐다보며 부탁을 했다. 비록 그녀는 조현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었지만 둘에겐 2년 넘게 부부로 살아온 세월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조현이 이곳에 온다면 진무에게 뼈도 못 추스르게 당할 게 뻔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녀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도련님, 그 자식이 곧 도착하답니다. 이따가 그 자식 들어 도련님께 무릎 꿇어 사죄하고선 직접 자기 마누라를 묶어다 도련님 차에 실 토록 하겠습니다."
장 씨 집안사람 중 한 명이 아부 떨면서 말했다.
진무는 그제야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어제 조현에게 맞은 진무는 당장 사람을 불러다 조현을 잡을 생각이었으나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른 바람에 마음을 바꿨다.
조현이 어제 자신에게 한 짓을 떠올리면 그 자식을 백번 천 번이고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직접 조현을 잡아서 죽도록 패는 것보다 장 씨 집안사람을 통하여 미연을 손발을 묶어놓고 그 자식 앞에서 미연을 자신의 여자롤 만들 생각이었다. 자신의 여자가 자기 앞에서 딴 남자에게 농락을 당하는 것보다 더 분한 일은없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현이 밖에서 들어왔다.
"이게 대체 다 무슨 일인 가요?"
미연이 눈이 붉은 채로 서있는 것을 본 조현은 얼른 그녀를 자신의 옆으로 데려왔다.
"조현 씨 저는 상관하지 말고 얼른 가요!"
미연은 있는 힘껏 조현을 문밖으로 밀었다.
펑!
하지만 발 빠른 장 씨 집안사람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조현은 그만 갇히고 말았다.
조현은 고개를 들어 진무를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장 씨 집안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고 난 뒤 조현은 자신이 이곳에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도련님, 얼른 명령을 내리시죠. 도련님의 말 한마디에 저희는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우리 또 만났네."
진무는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긴말할 필요 없고 내가 지금 너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지. 네가 직접 너의 손으로 네 마누라를 묶어다 내 차에 실어 놓으면 어제에 있었던 일은 없던 일로 해주지. 그리고 앞으로 나의 충성스러운 개가 되는 거야."
"뭐해. 얼른 도련님께 감사한다고 인사하지 않고!"
장씨 집안 사람들 중 한명이 조현에게 말했다.
"이런 찌질이에게 이런 호의를 베풀다니 도련님의 아량은 마치 봄바람처럼 만물을 용납합니다. 저희가 앞으로 많이 보고 배우겠습니다. "
조현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제자리에 서있었다.
진무는 이런 조현의 반응 혹시 자신의 말에 잔뜩 겁먹고 그대로 얼어버린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어제 자신이 했던 행동이 후회가 되지? 이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감이와?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내가 자기소개를 다시 한번 해주지. 이번에는 귀를 바짝 세워서 잘 듣도록!"
"나 진무, 화성 물산 진명의 독자. 내의 말 한마디에 면 너 같은 놈을 쥐도 새도 모르게 세상에서 사라지게끔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
옆에서 듣고 있던 장 씨 집안사람들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도련님, 이제는 겸손하기까지. 저런 놈 처리하는 데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기만 하면 되잖아요."
진무는 장 씨 집안사람들이 자신에게 굽신거리며 아부하는 모습이 좋았다. 오늘 그가 여기에 온 이유 중 하나가 미연에게 자신이 그녀의 남편 보다 백배 천배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미연아, 걱정 마. 나랑 같이 살면서 전에 누려 보지 못한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해줄게."
그리고선 자신의 재킷 안쪽 주머니에서 금색 용무늬가 새겨진 초대장을 꺼냈다.
"이게 뭐냐면 오늘 진국대장군의 환영 파티가 열릴 것인데 이게 그 초대장이야. 오늘 너를 데리고 이 파티에 참석할 생각이거든!"
"진국대장군의 환영 파티 초대장?"
장 씨 집안사람들은 마치 하이에나처럼 진무 손에 든 초대장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