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같이 밥 먹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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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미연은 아직 좀 전에 있었던 일로 울면서 슬퍼했다. 조현은 아직 울음을 멈추지 못한 그녀에게 티슈를 건네면서 말했다. "미연 씨, 이제 그만 울어요. 장 씨 집안에서 쫓겨난 게 되려 미연 씨에게 좋은 일 될 수도 있어요. 미연 씨! 우리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결혼하지 2년이 넘었는데 아직 당신에게 밥 한 번 산 적이 없네요." 그리고선 미연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미연은 조현의 말에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확실히 두 사람은 결혼한 뒤, 조현은 자발적으로 미연에게 같이 나가서 밥을 먹자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조현 씨, 요즘 완전 딴 사람이 되었어요." 조수석에 앉은 미연은 운전을 하고 있는 조현을 유심히 관찰하더니 말했다. 미연은 현재의 조현이 익숙하지만 동시에 또 낯설었다. 미연의 말에 조현은 장난스럽게 대꾸를 하였다. "역시 미연 씨의 눈썰미가 참 좋네요. 사실 나는 조현의 쌍둥이 형입니다. 제 동생이 급한 일 때문에 잠시 자리는 비우는 바람에 제가 대신 미연 씨의 남편 노릇을 하게 된 겁니다." "됐거든요!" 미연은 조현의 농담 섞인 말에 어이가 없었다. 예전의 조현은 메마른 나무처럼 자신을 보기만 그냥 바보처럼 웃기만 하였다. 그랬던 그가 이제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어디로 가는 건데요? 조현 씨." 미연은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조현에게 물었다. 멀지 않은 곳에 남강시 최고의 호텔이 보였고 바로 이 호텔에서 진국대장군의 환영 파티가 열릴 예정이었다. "여기에 반찬들이 그렇게 맛있대요. 우리도 가서 한번 먹어봐요." 조현은 운전대를 돌려 대문 쪽 방향으로 차를 꺾었다. "당신 지금 미쳤어요? 얼른 멈춰요! 여기가 오늘 파티가 열리는 곳이라고요." 미연은 옆에서 조현을 다급히 말렸다. "잘 됐네요. 진국대장군의 환영파티가 열리는 곳이라면 맛있는 음식들이 엄청 많겠는데요? 이따가 우리 둘이 배불리 먹을 수 있겠어요." 조현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미연은 조현의 돌발행동에 안절부절 났다. 진국대장군이 어떤 레벨의 사람인데? 지금 연회장의 경계수위가 안팎으로 최고일 텐데 이때 만약 갑자기 무턱대로 쳐들러 간다면 반드시 큰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조현은 미연에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차를 세워놓고 차 문을 열고 나갔다. "당신 진짜 왜 그러는 거예요." 미연도 얼른 조현 뒤를 쫓아가 그를 안정시키려고 하였다. "너희들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때마침 손님맞이 임무를 맡은 장 씨 집안사람들이 조현과 미연을 발견하고 씩씩대면 걸어왔다. "너희들이 왜 여기에 있어? 우리에게 아직 더 볼일이 남았나?" 장 씨 할머니가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들도 여기 있는데 내가 여기에 못 오는 이유가 없잖아요?" 조현이 덤덤하게 대답을 하였다. "닥치거라!" "너희들은 더 이상 장 씨 집안의 사람이 아니니 더 이상 장 씨 집안 덕 볼 생각하지 말고 당장 내 눈앞에서 썩 꺼지지 못할까!" "장 씨 집안의 덕?" 조현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진짜 어이가 없는 인간들이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할 것이라는 생각에 조현은 미연에 손을 잡고선 앞으로 걸어갔다. "거기 안 서?" 장 씨 할머니는 얼른 둘을 쫓아가 손에 든 지팡이로 바닥을 몇 번이고 내리쳤다. "다시 한번 얘기하는데 너희들은 더 이상 장 씨 집안의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와 같이 서있을 자격이 없어.좋은 말로 할 때 당장 여기서 꺼져!" 진국대장군의 연회장 문지기 만으로도 장 씨 집안 가문의 영광이었다.장 씨 할머니는 조현과 미연이 이곳에 온 이유가 그 들의 덕을 보려고 온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러게 말이야. 참 뻔뻔하기도 하여라. 장 씨 집안에서 쫓겨난 주제 여기까지 따라와? " "왜? 오늘 회의실에서 둘이 참 대단했잖아. 이제 와서 떨어진 콩고물이라도 주어먹으려고 온 거야?" 장 씨 집안사람들은 두 사람을 쳐다보면서 온갖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조현은 그저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겨우 연회장 문지기를 하는 게 그렇게나 자랑스러운 걸까? "아이코, 이게 누구인가?" 때마침 슈트 차림의 진무가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진무야, 잘 왔어!" 진무를 보자마자 장 씨 할머니는 한 다름에 달려가 그를 맞이하였다. "이 두 사람 참 뻔뻔하기도 하지. 이미 장 씨 집안사람도 아닌것이 여기까지 쫓아와 우리의 덕을 보려고 하다니." 장 씨 할머니는 말속에 다른 말도 담겨있었다. 그것은 바로 진무에게 미연이 더 이상 장 씨 집안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하하. 끈질긴 녀석이었네!" "나머지 얘기는 연회가 끝나고 나서 천천히 하도록 하지. 근데 내가 궁금해서 말인데 너희 들은 이제 장 씨 집안사람도 아니면서 대체 여긴 왜 온 거야? 참 뻔뻔하기도 하지." 진국대장군의 환영파티는 작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무의 연회가 끝난 뒤 그들을 찾아 복수를 하기로 결정했다. 근데 웬걸?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니. 때마침 연회장 대문 앞에서 두 사람과 마주친 것이었다. 조현은 너털웃음을 짓더니 천천히 대답 하였다. "바보가 아닌가? 파티에 와서 뭐 하겠어? 밥을 먹으러 왔지." 조현의 말을 듣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하나둘씩 그들을 비웃기 시작하였다. "하하하. 야 미친놈아. 지금 이 꼴로 여기에 들어가서 밥을 먹겠다고?" "혹시 여기가 동네 술집과 다름없다고 착각한 거 아니지? 촌놈은 촌놈이라니까 우리도 여기서 손님맞이로 서있는 와중에 네가 뭔데 여기에 들어가서 밥을 먹겠다는 거야?" "너희 들이 여기에 들어갈 수 있다면 내가 똥을 먹을게." 진무는 비웃음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그러고는 슈트 안주머니에서 초대장을 꺼내 조현에게 보여주면서 자랑스럽게 얘기를 했다. "봤지? 이게 있어야 여길 들어갈 수 있거든. 근데 정 들어가고 싶으면 내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와봐. 혹시 몰라? 운 좋게 안 걸리고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진무는 깔깔거리며 연회장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장 씨 집안사람들은 파티에 초대된 진무가 너무 부러워서 눈이 빠지게 그를 쳐다보면서 마음속으로는 자신도 초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조현씨..." 미연은 입술이 바짝 말라 왔다. 그녀는 조용히 조현의 손을 잡으면 빨리 떠나자고 눈치를 주었다. 하지만 조현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부드러운 웃음을 보이고선 그녀의 손을 잡으며 연화장 대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이 광경을 본 장 씨 집안사람들은 더 크게 웃어댔다. "하하하. 쟤네들 봐봐. 진짜로 파티에 참석하려고 하잖아!" "어휴, 어리석은 자식. 저기를 어떻게 몰래 들어가? 무려 진국대장군의 환영파티인데. 초대장이 없으면 파리 한 마리도 들어보내지 못하는데." "우리는 그냥 재밌는 구경이나 하자고. 쟤네들 설마 이따가 즉시 사살 하진 않겠지?" "내가 봤을 땐 적어도 십 년 이상은 빵에서 썩을 것 같은데? 진국대장군의 파티에 몰래 들어가는 건 중죄야." 장 씨 집안사람들은 멀지 않은 곳에서 흥미진진하게 대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핸드폰 카메라 켜서 촬영까지 해놓으려고 하였다. 진무는 뒤에 따라오는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선 비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잘 따라오고 있네. 이따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거 있지 말고. 그러면 사람들이 너희 둘을 알아보지 못할 거야." 진무의 말에 조현은 태연하게 웃으면서 대답을 하였다. "그래. 좋은 방법이네. 이따가 네가 똥 먹는 거 라이브로 볼 수 있겠다." 그리고선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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