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현자군의 7대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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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과 미연은 신혼집은 낡았지만 아늑했다. 작고 아담한 평수의 집이지만 조현은 매일 열심히 두 사람의 신혼집을 깔끔하게 청소를 했다. "조현 씨, 당장 여기서 떠나요. 될수록 멀리!" 미연은 다급히 조현의 방으로 들어가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진무가 당신을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을 거예요. 그 집 사람들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요." 비록 좀 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조현은 변해버린 모습 때문에 미연에 불안함은 잠시나마 사라졌지만 집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또다시 심한 불안에 사로잡혔다. 미연은 조현이 대견스럽고 심지어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지만 진무의 아버지 진명, 거물 앞에서는 무모하게 덤벼 다간 뼈도 추스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당신은?" 조현은 바삐 움직이는 미연을 유심히 쳐다보면서 마음이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였다. "나는 조현 씨랑 같이 못 떠나요. 내가 가면 장 씨 가문이 완전히 망할 수가 있어요. 내가 여기 남아서 그들의 시간을 끌고 있을 테니 당신은 당장 여기를 떠나서... 앗,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미연의 말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훅이 드러 오는 조현의 큰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버렸다. "나는 어디에도 안 가요. 평생 당신 곁에 찰싹 붙어있을 거예요." 부드럽지만 확신찬 목소리가 미연의 귀가에 들려왔다. 결혼 한지도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조현에게 안긴 건 처음이었다. 그녀의 등 뒤로 들려오는 조현의 쿵쾅거리는 심장소리에 미연은 얼굴이 화끈해 났다. "이것 좀 풀어줘요. 계속 장난칠 거예요?" 미연은 조현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의 품이 너무나도 따뜻한 나머지 미연은 그만 행동을 잠시 멈추고 그의 가슴에 살포시 머리를 기댔다. 쿵쾅! 쿵쾅! 미연에 심장이 고장 난 것처럼 빨리 뛰기 시작했다. "장난 아닙니다." 조현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말했잖아요. 한번 뱉은 말은 죽을 때까지 지킬 거라고. 이제 당신이 어디에 있든, 당신 곁에는 항상 내가 있을 거예요." 조현의 고백아닌 고백이 끝난 뒤 미연을 풀어주고선 앞치마를 하고 주방으로 들어갓다. "좀 쉬고 있어요. 아직 저녁도 안 먹었잖아요. 배고프죠. 얼른 맛있는 저녁을 해줄게요." "그렇지만..." 미연은 입을 열어 뭔가를 더 말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아무 말이 떠오르지 않아 다시 입을 닫았다.왠지 모를 안락감에 미연은 마음 한결 안정되었다. 대체 간밤에 조현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사람이 180도로 변할 수 있는 거지? 사라지지 않는 불안감 때문에 미연은 문밖의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기도 하였다. 진 씨네 사람들이 찾아오면 어떡하지? 조현의 상태는 미연과 정반대였다. 그는 마치 아무 일 도 없었듯이 태평하게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조현 씨는 일도 걱정이 안 되나요?" 미연이 결국 참지 못하고 조현에게 물었다. "뭐를요?" "당신이 진무를 죽지 않을 정도로 팼으니, 진 씨 가문에서 당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 거예요!" 미연은 지금 자신의 옆에 태연자약하게 티브이를 보고 있는 남자를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정말 바보인가? 아니면 겁이 없는 건가? "아~ 또 그 얘긴가요. 난 또 뭔가 했네. 걱정 하지 마요, 미연 씨. 그만 생각하고 나랑 같이 드라마나 봅시다." 난 또 뭔가 했네? 지금 이 남자가 진 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 세력을 가졌는지 모르고 있는 건가? 설사 남강시 최고의 갑부가 와도 이렇게 함부로 진 씨 가문을 얘기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티브이에서 뉴스 속보가 들어왔다. "방금 전해온 소식으로, 북방 진국대장군께서 내일 새벽 남강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뉴스는 매우 짧았지만, 남강시 전체에 파문을 일으키긴 충분했다. 공항에서는 즉시 모든 항공편을 차단했고, 정부는 남강시 곳곳의 경호원들을 불러 모아 공항의 경비 업무를 도맡게 하였고, 공항 안팎은 특수 전사들로 가득 채우도록 명령하였다. 심지어 진국대장군이 탑승한 전용기 주위로 100여 대의 전투기가 그를 호위하고 있었다. 거물급의 인물이 갑자기 작은 남강시를 방문하였으니 이건 남강시에서 전대미문의 큰 사건이었다. "와! 대단하다!" 미연은 뉴스를 보며 감탄을 했다. "올 거면 조용히 오지. 이게 뭐 하는 짓거리야. 도로 봉쇄에, 전국에 있는 경호원 죄다 끌어모아서 자신을 경호를 하게 하고. 시민들 불편하게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옆에 가만히 있던 조현이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현 씨가 뭘 안다고 그래요!" "이분이 누군지는 알아요? 진국대장군이라고요. 나라는 지키고 백성이 지키는 분이신데 이 정도 대우는 해드려야죠." "듣기론 겨우 30살 넘는 나이라고 하는데. 정말 대단한 분이신 것 같아요. 내일 실물 구경을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네요." "실물은 차리리 안 보는 게 나을 거예요. 저런 멀대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이러시는 거예요. 저 사람이 나를 만나달라고 부탁해도 내가 안 볼 거예요." "능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허세는!" 미연은 실망이 가득찬 눈으로 조현을 바라보았다. "내가 조현 씨한테 큰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성취욕이라도 있어야 할거 아닌가요?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비아냥거리고 있으니 정말 실망이에요." 조현은 미연에 말에 하마터면 자신의 신분을 미연에게 털어놓을뻔했다. 아직은 안돼.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돼. 깊은 밤,어느 외딴곳 황무지에서. 영롱한 자태를 한 일곱명의 여인들이 어둠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일곱명 여인 모두가 눈길 한 번 돌아보면 성이 기울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가 기울어지는 절세가인들이였다. 천하의 현자 군의 군주가 이 일곱 여인의 수령일 거라고는 그 누도 생각조차 못 할 것이다. "군주를 뵙겠습니다!' 여인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조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일어서거라." 조현은 그녀들을 등지고 서서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게서는 이 세상을 충분히 집어 삼 켤 수 있는 아우라가 풍겼다. "군주께서 기억도 다시 되찾았으니 이제 저희들을 거닐고 출정하셔야죠!" 일곱 명의 여인들이 동시에 조현에게 말했다. '아직 때가 아니다. 3년 전 사고에 당해 기억을 잃게 된 건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우선 이 사전부터 낱낱이 파헤쳐는 게 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그리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3년 전, 조연이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누군가의 공격을 받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뻔하였다. 그 후,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모든 기억을 잃은 상태로 남강시에 온 뒤였다. 그리고 그날, 진무가 조현을 밀치면서 조현의 머리가 벽에 부딪치는 바람에 그제야 그간 잃어버렸던 모든 기억을 되찾게 되었던 것이었다. "군주, 주단영님께서 내일 남강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자를 만날 것입니까?" 그 들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불쾌한 기억이라도 떠올린 걸까? 조현은 짙은 눈썹만 살짝 찌푸리고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군주께서는 아직 단영님을 용서 할 실수 없는 겁니까?" 여인들은 지나가 과거가 떠오르기라도 한 것인지 각자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주단영도 그녀들과 마찬가지로 조현의 수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임무를 수행하는 중 주단영의 치명적인 실수로 조현의 절친이 그만 전쟁에서 전사하게 되었다. 절친의 사망 소식을 들은 조현은 크게 화를 내면 당장 주단영을 처단할 것을 명령하였다. 다행히 천영 및 기타 수하들이 주단영의 처단을 막기 위해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하자 조현이 그의 목숨만은 살려둔 것이었다.대신 다시는 현자군으로 복귀할 수 없도록 명령 조치하였다. 현자군에서 퇴출 당한 주단영은 입국을 하여 입대를 하였다. 지금의 진국대장군의 칭호를 얻기까지 반드시 그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얘기는 더이상 꺼낼 필요 없다," 조현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물러가거라.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저 평범한 신분의 사내라는 것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말이 끝나자 조현은 성큼성큼 걸으며 자리를 떳다. "십만 현자 군, 언제나 군주의 명을 받잡겠습니다." 그 시각. 주단영은 커다란 의자에 몸을 기대여 비행기 창밖을 넘어 수백 대에 전투기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지금 그는 나라를 지키는 유명한 진국대장군이다. 하지만 그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애당초 그가 원했던 건 한낱 진국대장군의 칭호가 아니었으니까. 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다시 현자 군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설령 장군이 아닌 일반 군인의 신분이라도 그는 괜찮았다. 단지 군주의 곁에서 그를 지킬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며칠 전 그는 군주께서 죽지 않고 살아계신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군주께서 지금 남강시에 계실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하여 일부러 군주의 이목을 끌기 위하여 매체에다 자신의 행보를 흘린 것이다. 군주께서 자신을 용서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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