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무가 드디어 연회장의 대문 앞에 도착하였다. 경호원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저는 오늘 파티에 참석하러 왔습니다. 여기 초대장이 있습니다!"
진무는 얼른 초대장을 꺼내서 공손하게 자신의 초대장을 경호원에게 건넸다.경호원은 진무의 초대장을 받아서 한번 훑고 나서 말했다.
"죄송하지만 들어가 실수 없습니다."
진무는 자신이 들어갈 수 없다는 경호원의 말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왜요? 초대장도 있는데 왜 들어갈 수 없다는 거죠? 저는 화성 물산의..."
"말씀 들이지 않았습니까? 당신은 파티에 참석하실 수 없습니다. 당장 여기서 떠나세요."
경호원이 진무를 쫓아내면서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진무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갔다.
"경호원이 너보고 빨리 꺼지라는 말 못 들었어? 뒤에 긴 줄 보이지. 애꿎은 사람 시간 잡아먹지 말고 얼른 꺼져."
"닥쳐!"
조현의 말을 들은 진무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경호원을 향해 소리를 쳤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화성 물산 진명의 아들 진무라고. 진국대장군의 초대장까지 받았는데 일개 경호원 따위가..."
퍽!
진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호원은 장봉으로 진무의 머리로 내리쳤다.머리를 크게 다친 진무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피를 철철 흘렸다.
"마지막으로 경고하지. 당장 떠나지 않으면 즉시 발포한다!"
딸깍!
여러 명의 경호원들이 총을 들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삽 시에 십여 구의 총구가 진무를 조준하고 있었다.
"쏘지 마세요. 당장 꺼지겠습니다!"
진무는 축축해진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허둥지둥 현장에서 도망쳤다.
"가요.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조현은 태연자약하게 미연의 손을 잡고선 앞으로 걸어갔다.
"조현씨, 우리 이제 그만 돌아가요!"
좀 전에 있었던 진무의 사건 때문에 미연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조현 씨, 우리에게는 초대장조차 없어요. 만약 경호원들이 총이라도 쏘는 날에는 우리는 끝장이에요."
"걱정 말고 따라오기만 해요."
조현은 미연에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끌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미연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눈까지 감아버렸다. 진무는 초대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죽을 뻔하였다. 조현과 그녀가 무턱대고 들어가려고 했다가는 정말 큰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자 미연은 두 눈을 떠 주위를 확인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눈을 뜬 미연은 주위를 살펴보면서 놀라움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녀가 지금 연회장에 들어온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들어오게 된 거죠?"
미연은 이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조현은 이런 미연이 너무도 귀여워 싱긋 웃으며 대답하였다.
"당연히 두발로 정정당당하게 들어온 거죠. 이제 걱정하지 말고 얼른 밥부터 먹어요. 아까부터 배에서 꾸르륵대는데 죽겠어요"
"저기가 좋겠네요. 테이블도 크고 반찬도 많고. 가요, 미연 씨."
"저기는 안되요!"
미연이 다급하게 조현을 말렸다."저기는 남강시의 거물급의 사람들만 앉을 수 있는 자리라고요. 우리 같은 사람은 절대로 끼어서는 안 될 자리이에요."
조현은 잠시 동안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그래요. 미연 씨 말대로 조용하고 구석진 곳으로 갑시다."
두 사람은 맨 마지막 줄의 제일 구석진 곳에 있는 작은 테이블을 골라서 앉았다.
자리에 앉은 뒤 미연은 계속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손을 계속 만졌다.
연회장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모두 남강시의 고인물들이었다. 만일 그들에게 조현과 자신이 몰래 연회장에 숨어 들어온 사실을 발각되는 날에는 큰일이 날것이다.
"왜 고개를 숙이고 있어요? 아니면 미연 씨 인맥도 쌓을 겸 한 바퀴 둘러보고 올래요?"
조현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미연에게 말을 하고선 테이블에 놓인 디저트를 맛있게 먹었다.
미연은 조현을 노려보면서 생각을 했다.
진짜 속이 없는 건가? 지금 남은 혹시나 들킬까 안절부절 하고 있는데 자기더러 주위를 둘러보고 있으라니. 지금 스스로 죽을 길을 찾아서 가라는 소리인가?
"미연이?"
그때, 옆에서 웬 여인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미연은 고개를 들어 화려하게 꾸민 단발머리 여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지연이?"
미연은 이곳에서 그녀의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너를 만나다니. 요즘 잘나가나 봐? 파티 초대장까지 다 받고. 나는 우리 남편이랑 같이 왔거든. 우리 테이블은 저기 연회장 가운데에 있어."
지연은 자랑을 하듯이 말했다.
연회장 안에서도 또다시 등급 차이가 나눠진다. 자리가 앞쪽일수록 그 사람의 신분이 더 높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대단해. 축하한다,지연아."
비록 둘은 고등학교 시절 친하게 지내지 않았지만 미연은 지심으로 그녀를 축하했다.
지연은 학창 시절 모든 방면에서 미연 보다 못했던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지연은 커서 부잣집 남자에게 시집을 간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의 자신이 모든 방면에서 드디어 미연보다 뛰어난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 기뻤다.
"그래도 파티에 초대받은 것만으로도 대단해!
"그러지 말고 우리 남편한테 너네 자리를 바꿔달라고 말해볼 테니 초대장을 이리 줘봐! 우리 남편이 여기 경호대장과 친분이 있어."
"괜찮아. 우리는 초대장도 없어."
미연은 고개를 떨구었다.
"초대장이 없어?"
"그런데 여기를 어떻게 들어온 거야?"
미연은 지연의 물음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지연을 깔깔 웃어대며 미연을 조롱하였다.
"그래, 이상하다고 했어. 네 주제에 파티에 초대받을 리가 없잖아. 몰래 들어온 거였어?"
"이쁘면 뭐해? 공부를 잘하면 뭐해? 지금 네 꼬락서니를 봐. 남은 초대도 하지 않았는데 몰래 숨어들어와서 초대받은 것마냥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너는 수치심도 없어?"
"나는 지금 별장에 살고 있고 몸에 걸친 옷은 전부다 명품이야. 그리고 나는 스포츠카를 몰고 다녀. 미연아, 나는 더 이상 학창 시절의 내가 아니야. 공부만 잘하면 뭐해? 어차피 지금은 거지인데."
드디어 미연에게 복수할 기회를 얻은 지연은 과거 자신이 느꼈던 불공평함과 수모를 미연에게 마음껏 토해냈다.
"그래요, 대단하네요."
그때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던 조현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 몸에 걸치고 있는 옷들 전부 남편 돈으로 산거 아닌가요? 참! 소문에 의하면 당신 남편이 당신의 아빠보다 나이가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전에 미연에게 살짝 들은 적이 있었다. 미연의 고등학교 동창 중에 자신의 아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고 하였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자 지연은 씩씩 거리며 자신의 남편을 불렀다.
"여보, 이 사람들이 나를 괴롭혀요!"
"누군데 감히 우리 애기를 괴롭게! "
얼핏 60세 다 돼가는 뚱뚱한 대머리 영감이 화를 내면서 이쪽으로 걸어왔다.
"이 사람들이에요. 이 사람들은 초대장도 없었으면서 몰래 숨어 들어온 거예요."
지연은 불쌍한 척 울먹이면서 말했다.
조현과 미연이 연회장에 몰래 숨어들어 왔다는 것을 사실을 알게 된 대머리 영감은 두 눈을 부릅 뜨며 말했다.
"당장 내 마누라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은 오늘 내 손에 죽을 수도 있어."
"제가 충고 한마디 드릴 가요? 정말 큰코다치기 싫다면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주세요."
조현이 대머리 영감을 보면서 경고했다.
대머리 여감은 순식간 화가 치밀어 올라 조현을 보고 말했다.
"그래. 두고 보자고. 오늘 큰 코 다칠 사람이 누군지?"
대머리 영감은 지연을 데리고 씩씩대면 자리를 떠났다.
"우리도 얼른 가요. 저 사람들이 경호원을 부르러 간 게 분명해요. 우리가 연회장에 몰래 들어온 사실이 발각된다면 조현 씨랑 저, 모두 끝장이에요."
한시가 급한 미연과 달리 조현은 느긋하게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
"미연 씨, 뭐가 그렇게 급해요. 나는 아직 배가 덜 찼다고요 그리고 여기까지 온 김에 진국대장군의 얼굴은 보고 가야죠. 미연 씨가 지난번에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럴 줄 알았다면 좀 전에 문 앞에서 조현을 말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미연은 일이 이 정도로 커질 것이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저 사람들이에요!"
바로 그때 대머리 영감이 몇 명의 경호원을 대리고 돌아왔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미연은 마음이 조마조마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