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SL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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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부하들에게 천만 원을 주고 다이아몬드를 사라고 한 거뿐이었다. 영길은 정민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민 씨가 부하를 너무 신뢰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겠죠?" 그러자 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제가 가서 잘 교육할게요. 재현 씨, 걱정 마세요. 제가 반드시 더 크고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구해올게요. 참, 이번 신혼여행에서 묵을 오성급 호텔도 예약해놨어요." 정민의 말을 듣고 재현은 일찌감치 방금 전의 일을 잊어버렸다. "정말요? 너무 좋아요! 고마워요, 정민 씨!" "하하. 두 분의 백년가약을 빕니다!" "결혼할 때 꼭 부르세요!" 마치 방금 전 일이 없었던 것처럼 사람들이 술잔을 들었다. 하준은 공기처럼 사람들에게 잊혀졌다. 그때, 재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왜 아직도 여기 있어? 방금 할아버지가 나가라고 했잖아! 네 남편 데리고 빨리 나가!" "할아버지, 저희 먼저 가볼게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민의 눈에는 살기가 스쳤다. "괜찮으세요?" 호텔을 나서자 하준이 물었다.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요? 하준 씨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제가 수아 씨 거 다 되돌려놓을게요." "하준 씨가요?" 수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준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수아를 집을 돌려보냈다. 수아를 위층으로 돌려보내자 명호가 하준의 뒤에서 조용히 나타났다. 하준은 차에 올라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됐어?" "SL 그룹이 범인이었어요." 하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한 대답이라는 모습이었다. 당시 하준과 수아를 모함한 건 SU 그룹을 무너뜨리는 게 목적이었고 손을 댄 건 일반 사람이 아니었다. 7년 전만 해도 SL 그룹은 삼류 그룹에 불과했다. 불과 몇 년 만에 SU 그룹과 대등하게 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준은 손가락으로 천천히 의자를 두드렸다. 이 모습을 보면서 명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동작은 하준이 극도로 화가 났을 때만 하는 동작이기 때문이다. "형님, 조심하세요!" 그때 큰 화물차 한 대가 두 사람의 지프차로 달려왔다. 명호가 가속페달을 밟고 핸들을 세게 내리치자 차량이 순식간에 180도 회전했고 바퀴와 지면이 마찰되면서 아릿한 소리가 났다. 쿵 몇 초 뒤 트럭의 뒷면이 지프차의 범퍼를 쳤고 지프차가 방향을 잃고 몇 바퀴 돌았다. "형님, 수상합니다." 전봇대를 들이받은 화물차를 보며 명호가 말했다.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의 화물차는 통제를 잃은 듯 달려왔지만 사실 목표는 분명했다. 하준을 향해 달려왔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차 서너 대가 순식간에 지프차를 둘러쌌다. 타악 차 문이 열리자 쇠몽둥이를 든 불량배 십여 명이 차에서 연이어 나왔다. 명호의 눈빛이 점점 싸늘해졌다. 쾅! 쾅! 쾅! 차 밖의 불량배들이 하나둘 날뛰며 손에 든 쇠막대기로 차창을 계속 두드렸다. "감히 SL 그룹의 도련님을 건들다니! 빨리 나와!" SL 그룹? 하준이 차에서 내릴 준비를 하는 걸 보고 명호가 손을 내밀었다. "형님, 차 안에 계세요. 제가 금방 처리할게요." 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보세요. 50초면 충분해요." 명호는 쇠막대기를 든 십여 명의 불량배들에게 다가가 손과 발을 움직였다. "넌 왜 안 내려?!" 눈앞의 명호는 그들이 찾는 사람이 아니었다. 명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보스를 보려면 날 먼저 눕혀야지!" "공격해!" 순식간에 십여 개의 쇠막대기가 명호의 앞으로 다가왔다. 명호도 이내 웃음을 거뒀다. 비록 맨주먹이지만 그의 주먹은 쇠막대기보다도 셌다. 그가 주먹을 날릴 때마다 하늘에서는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둘씩 날아갔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조금 전까지 이를 악물고 있던 십여 명의 불량배들이 모두 바닥에 누워 통곡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들의 우두머리는 명호가 직접 안아 들어 차 창문으로 내리쳤다. 콰앙 유리가 깨지면서 머리는 그대로 차 안으로 박혔고 핏방울이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당신들이 말하는 도련님이 박정민 씨인가요?" "제가 그걸 말할 거 같습니까?" 말을 듣고 명호가 땅에서 쇠막대기를 주워 들자 우두머리는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마, 맞습니다. 도련님 댁은 사우동에 있습니다." 쿵 명호가 뒤로 돌아서서 차 안으로 들어갔다. "끝났어?" "하하. 네, 속이 다 시원하네요!" 하지만 하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하나도 없었다. "1분 24초. 네가 17명을 상대하는데 1분 24초나 걸렸어. 지금 웃음이 나와?" 명호는 말문이 막힌 채 고개를 숙였고 하준은 담담하게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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