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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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모두 정민의 말을 믿는 눈치였다. 하준의 안색이 점점 싸늘해졌다. 하준이 가져온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의 유명한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나온 다이아몬드였으며 심지어 정민의 다이어몬드보다도 급이 높은 다이아몬드였다. 가짜라는 말에 재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의기양양해졌다. "저기…." 수아가 하준을 대신해 설명하려고 했지만 어떻게 말을 이어 나가야 할지 몰랐다. "정민 씨한테 어서 사과하지 않고 뭐해?" 할아버지가 잔뜩 화가 나 말했다. 사실 그는 하준의 거짓말에 화가 난 게 아니라 하준이 정민의 심기를 건드렸을까 봐 화가 난 거였다. - 하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아 씨, 이거 진짜 다이아몬드 맞아요!" "이런 다이아몬드 하나에 얼만지 아세요? 만약 이게 진짜 다이아몬드라면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이 났다는 거예요?" 하준은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피비린내 나는 그 참혹한 이야기를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건 다 넘어갈 수 있어도 저를 기만하는 건 못 넘어가겠어요. 가짜 다이아몬드로 모두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 이렇게 절 망신시키는 거예요?" 옆에서 듣고 있던 정민이 말을 거들었다. "그만 해요. 그냥 다이아몬드 좀 사주고 싶어서 노점에서 몇만 원 주고 샀나 보죠." "몇만 원이요? 제가 그 돈 드릴 테니까 한번 사 와보실래요?" 정민의 얼굴이 순간 험악해졌다. "천수아. 빨리 네 남편한테 정민 씨한테 사과하라고 해!" 정민의 표정을 본 영길이 말했다. "할아버지…." 수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빨리 사과하지 않고 뭐 하세요?" 재현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거짓말을 한 게 잘못이라면 정민 씨가 사과를 해야죠." 난감한 표정의 수아를 보며 하준이 말했다. "무슨 뜻이에요?" 정민의 얼굴빛이 변했다. "천수아. 네 남편 데리고 빨리 나가." 영길이 화가 나서 말했다. 그때, 하준이 일어섰다. "이 다이아몬드, 프레어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채굴했다고 하셨죠?" 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어 다이아몬드 광산은 아프리카 4대 다이아몬드 광산 중 하나이지만 현재는 개인 다이아몬드 광산이 돼서 외부 사람이 채굴할 수는 없어요. 이 다이아몬드, 어떻게 채굴한 거죠?" 정민은 말문이 막혔다. 부하들에게 천만 원을 던져주고 큰 다이아몬드 하나를 사 오라고 했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다이아몬드 채굴 같은 건 그가 만들어 낸 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당신이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이야기 마음대로 지어내지 마세요!" "할아버지, 보세요! 자기 마누라한테 다이아몬드 사줄 돈도 없으면서 거짓말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죠?" 하준이 말한 건 사실이었지만, 아무도 하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왜 저런 거짓말을 하는 거야?" "내 말이. 내가 다 창피하네." 모두가 자신의 말을 믿는 걸 보고 정민은 자신감이 생겼다. "하준 씨, 이제 그만하세요. 설사 이 다이아몬드가 아프리카에서 채굴한 게 아니라고 해도 이렇게 큰 진짜 다이아몬드는 하준 씨의 유리구슬보다 몇만 배는 더 비싸요. 당신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못 사겠죠." "그만해! 도하준, 내 눈앞에서 사라져. 정민 씨한테 사과하고." 하준이 담담하게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갈게요. 근데 정민 씨 사과는 들어야겠어요." "뭐라고?" 모든 사람들이 놀란 표정이었다. 감히 하준이 정민의 사과를 듣겠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좋은 말로 할 때 가세요. 그쪽은 여기에 있을 자격이 없어요." 재현이 하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재현이 손을 뻗는 순간 하준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실례할게요." 하준의 목소리는 냉담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신…." 재현은 말을 하기도 전에 자신의 손가락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다이아몬드가 하준의 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내놔요!" 순간 모든 사람의 표정이 굳어졌다. 빠직!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정민의 손가락 사이로 들려왔다. 빠직! 빠직! 정민의 얼굴빛이 변했다. "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하준은 방긋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준이 다시 손을 펼쳤을 때 조금 전까지 빛나던 다이아몬드는 이미 부스러기로 변해있었다. 다이아몬드가 가루가 되다니. 하준이 손을 털자 부스러기가 흩날리며 떨어졌다. "당신이 산 다이아몬드, 석회로 만든 거 맞죠?" 하준은 웃으면서 정민을 쳐다봤고, 장내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입을 틀어막았다. 다이아몬드가 가짜였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영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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