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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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아가 결혼했잖아요. 물론 남편 수준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 사람과 이혼하지 않고 어떻게 LR 그룹과 사돈을 맺겠어요?" 영길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문제야? 그놈이랑 이혼하면 되지." 수아가 퉁명스럽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아버지. 저 이혼 못 해요. 그리고 제가 준우 씨를 받아들이지 않은 건 순전히 하준 씨 때문이 아니에요.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준우 씨는 남편감으로 절대 아니라고요." "너!" 영길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준 때문에 LR 그룹의 아들을 거절하다니. "할아버지, 이제 제가 생각한 방법이에요. 근데 수아가 원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죠." 수아는 차갑게 현우를 노려보았다. 할아버지가 이 기회를 포기할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영길은 흐뭇한 표정으로 현우를 바라보았다. "역시 현우야. 우리 그룹을 위해 이렇게 깊이 고민을 했다니. 역시 수아와 넌 달라." "할아버지!" 수아의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수아가 피해자였지만 아무도 수아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아가 당한 일에 대해서도 할아버지는 진실을 밝힐 마음이 없었고 오히려 모든 잘못을 그녀에게 뒤집어씌웠다. 하지만 SU 그룹에서 영길의 말은 곧 법이었다. 사람들이 수아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딸도 낳았다고 하던데, 뻔뻔하군." "그 남자가 뭐가 좋아서 LR 그룹을 거절하는 거야?" 몇몇 사람들이 수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아냥거렸다. 이 장면을 보고 현우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현우는 수아를 SU 그룹에서 내쫓을 심산이었다. 그래야 마음 편히 SU 그룹을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영길은 눈살을 찌푸릴 뿐 사람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네가 그 자식과 결혼하고 딸을 낳을 동안 우리는 묵묵히 네 옆에 있었어. 지금이야말로 네가 SU 그룹에 보답할 때인데 도대체 뭘 망설이고 있는 거야?" 뭐라고? 수아는 소리치고 싶었다. 하준과 결혼한 건 다 영길의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에게 대들면 상황이 더 악화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만약 이혼하면 지우는 어떻게 해요?" 그녀는 하준에게 애당초 감정이 없었고, 하준과 7년간 만나지도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아무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지우는 달랐다. 지우는 수아가 힘들게 키운 자식이었다. "네 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그 자식과 딸 낳은 걸 부끄러워하지 못할망정. 너 때문에 우리가 망한 거야. 너희를 쫓아내지 않는 걸 고맙게 생각해." 현우가 입을 삐죽거렸다. "오빠.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하는 거야? 왜 그 일의 배후를 조사하지 않는 거야? 우리와 SU 그룹을 모함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조사해야지!" 수아가 천천히, 그리고 모든 글자에 힘을 주어 말했다. "나 내 딸 안 부끄러워. 다시는 내 딸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너!" 현우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만 해!" 영길이 소리를 지르자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번 기회는 다시 위로 올라갈 절호의 기회였다. 영길은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칠 수 없었다. "내 말 들어!" "현우야, LR 그룹한테 연락해서 수아가 이 혼사에 동의했다고 해. ZM 그룹 일도 잘 말하고." "네!" 현우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현우는 알고 있었다. 이제 수아는 자신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걸. LR 그룹의 준우는 여자가 매일 바뀌었고, 수아가 시집가서 살날도 별로 없을 거라는 걸 현우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자신이 SU 가문을 장악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할아버지의 말을 듣던 수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수아는 할아버지가 자기에게 화가 났으리라 생각했을 뿐, 정말로 자신을 이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할아버지. 회사를 위해 절 이용하는 건가요?" 수아는 눈물이 비 오듯 내렸다. 마치 가슴을 누가 후벼파는 듯했다. "넌 좋은 사위를 찾고 우리 SU 그룹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니 양쪽 다 좋은 일이지 뭐." 현우가 비아냥거렸다. "혈육을 팔아먹다니. 오빤 사람도 아니야." 수아가 현우를 노려보았다. "할아버지, 수아가 시집가기 싫은가 봐요. 그냥 그 일은 그만두는 게 좋겠어요." "천수아. 입 다물어! 네 오빠 말이 맞아. 이 일은 너한테도 좋은 일이야." 같은 핏줄을 가진 가족인데 어떻게 이렇게 차갑고 매몰찰 수 있을까. 수아는 넋을 잃고 사람들을 쳐다봤다. 마치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는 듯했다. 쾅! 그때 갑자기 누군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제 아내한테 결혼을 강요한 사람이 누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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