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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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현우를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아무도 수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여러분, 요즘 ZM 그룹에 대한 소문 많이 들으셨죠?" "요즘 잘 나간다는 그 ZM 그룹?" "맞아요." ZM 그룹이라는 얘기를 듣자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토론하기 시작했다. 영길도 흥이 났다. SU 그룹의 가주로서 그는 당연히 ZM 그룹에 대해 보통 사람보다 많이 알고 있었다. 그는 ZM 그룹이 김포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업 파트너가 시급한 기업이며 CY 그룹과 관련이 있는 기업이라고 알고 있었다. "혹시 ZM 그룹 고위직을 알고 있는 거야?" 현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우리가 ZM 그룹 눈에 들 리가 없잖아요." 이 말을 들은 영길의 낯빛이 금세 어두워졌다. 현우의 말이 맞았다. 이렇게 작은 그룹이 ZM의 눈에 들 리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 SU 그룹이 ZM 그룹의 파트너가 된다면 김포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으로 부상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근데 갑자기 ZM 그룹 얘기는 왜 꺼내는 거야? 무슨 생각이라도 있는 거니?" 영길이 단념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 "네. 다른 그룹과 손을 잡는 건 어때요?" "다른 그룹과 동맹 관계를 맺자는 거야?" 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LR 그룹에 연락했어요. 만약 LR 그룹과 손을 잡게 되면 ZM 그룹의 파트너가 되는 건 시간 문제일 거에요!" "좋은 생각이야." "역시 장손다워." 다른 이들은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수아만이 이를 반대했다. "할아버지, 저는 이 일 반대예요." "뭐?" 영길이 미간을 찌푸렸다. "넌 왜 반대하는 거야?" 수아가 침착하게 말했다. "LR 그룹은 일류 기업으로 다른 그룹과 손을 잡으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아요. 근데 굳이 우리랑 손을 잡는 건 분명히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일 거예요." 현우가 입을 삐죽거렸다. "일류 그룹도 몇몇 안 되고 서로 사이도 안 좋은데 어떻게 손을 잡겠어?" "그건 맞는 말이야. 근데 그들이 협력하지 않는 이유는 실력이 비슷해서 서로 이득을 볼 수 없기 때문이야. 근데 우리는 달라. 우리 실력은 LR 그룹보다 한참 모자라. 만약 LR 그룹이 딴마음을 먹는다면 우린 그대로 망하는 거야." 영길은 이 말이 확실히 일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현우는 수아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일리가 있어. 나도 그 걱정 하기는 했어." "하지만 할아버지. 우리가 ZM 그룹의 눈에 들어오기만 한다면 SU 그룹은 분명히 한 단계 발전할 거예요!" 영길도 이번 일이 위험과 이득이 공존하는 일이며 SU 그룹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SU 그룹을 장악해온 이 노인도 딜레마에 빠졌다. 영길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현우는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쥐 죽은 듯 조용해진 사람들을 보며 현우는 일부러 몇 분을 기다렸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할아버지. 어려운 선택인 거 알아요. 하지만 저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사실, 또 다른 방법이 하나 있어요. 다만…." 현우는 일부러 말을 멈추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뭐요?" "답답해 죽겠네. 빨리 말해봐요!" "그래, 현우아 무슨 방법이 있는지 빨리 말해 봐!" 영길조차 답답했는지 현우를 재촉했다. 사람들이 초조해하는 걸 보고 현우는 득의양양하게 수아를 쳐다봤다. 그 순간 수아는 왠지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느낌은 수아에게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10살 때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용돈을 줬던 걸 기억한다. 당시 할아버지는 만 원을 주면서 누가 하루 만에 이 만 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 게임을 시켰다. 수아는 만 원으로 액세서리를 샀고 백화점 입구에서 노점을 차려서 3만 원을 벌었다. 그녀가 즐겁게 집에 돌아왔을 때 갑자기 길가에 불량배 몇 명이 나타나 다짜고짜 그녀의 돈을 빼앗았다. 무일푼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 현우가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의 돈을 손에 쥐고 말이다. 현우가 손에 쥐고 있던 돈은 32,500원. 딱 그녀가 번 돈이었다. 수아가 울부짖으며 상황을 설명했지만 모두 수아를 믿지 않았다. 모두들 15살밖에 되지 않는 아이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영길은 수아가 돈도 못 벌고 오빠를 모함했다는 이유로 저녁을 주지 않았다. 방금 수아는 그때 현우의 눈빛을 다시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현우의 다음 말은 수아를 놀라게 했다. "방법이 있긴 하지만 희생해야 할 사람이 있어요." "말해 봐!" "잘 모르시겠지만 LR 그룹에는 두 아들이 있어요. 그중 한 명이 수아를 쫓아다니고 있고요." "뭐? 진짜야?" "그럼 LR 그룹과 사돈을 맺을 수 있다는 건가?" 회의장이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 "수아야, 이 말이 사실이니?" "할아버지. 맞긴 해요. 근데…." "좋았어!" 영길은 수아의 말을 듣지도 않고 다음 말을 이어갔다. "하늘이 나를 도와주시는구나. LR 그룹과 사돈이라니. ZM 그룹과 손을 잡는 건 아무 문제 없을 거야!" LR 그룹과 사돈이 되면 두 집안의 관계는 각별해질 거고 SU 그룹은 LR 그룹이라는 큰 배후를 갖게 된다. 모두가 기뻐하자 현우는 때가 왔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근데 일이 생각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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