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오셨네요."
명호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 도대체 누구야? 내 아들은 어디에 있어?!"
명호는 소파 옆을 가리켰다.
정민은 핏기 하나 없이 땅바닥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정민아!"
"죽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세요?"
명호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안 죽었다고?
정민의 두 다리는 이미 변형되어 앞으로 똑바로 걷지 못할 게 분명해 보였다.
아들을 지켜보던 성진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당신들 도대체 누구야? 도대체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야?"
하준은 차분하게 그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박상수. 어릴 때 학업을 중단했고 17살 때 사람을 다치게 해 감옥에 들어갔다가 불량배 형님을 만나 13년 동안 그럭저럭 지냈죠. 나중에 형님을 배신하고 성공해서 명성을 얻었고 31살에 재계에서 미친 듯이 자본을 축적했고요. 예전부터 지니고 있던 부하는 어느 순간 다 실종됐죠. 20년이 지단 지금 박상수라는 사람은 없고 박성진 씨만 있네요."
"너 대체 누구야?!"
성진의 안색이 변했다. 그의 과거를 다 꿰뚫고 있다니.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점점 몰려드는 경호원들을 보며 하준은 당황하지 않고 계속 입을 열었다.
"18살 때 형님의 연적을 죽였을 때가 아마 첫 번째 살인이였죠?"
"그, 그걸 어떻게!"
"…나한테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성진은 종잡을 수 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당신이 뭘 잘못했는지 아세요?"
성진은 흉악한 미소를 짓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익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건 그에게 아무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리해!"
성진의 한 마디에 뒤에 있던 수십 명의 사람이 칼을 휘두르며 순식간에 하준과 명호를 에워쌌다.
이들은 방금 전 경호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제복을 입고 있지는 않았으나 기세는 어마어마했고 피비린내까지 났다.
하준이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앉아 있는 걸 보고 성진은 조바심이 났다.
"빨리 처리해버려!"
명호는 기세를 몰아 달려 나갔다. 몸집이 큰 명호는 마치 산을 내려오는 맹호 같았고 아무도 당할 자가 없었다.
그에 비해 좀처럼 손을 쓰지 않는 하준은 기세나 외모가 상대하기 쉬워 보였다.
머지않아 사람들은 하준을 향해 걸어왔다.
탁!
탁 소리와 함께 칼은 하준의 머리에서 한주먹밖에 떨어지지 않은 허공에서 멈추었다.
하준의 두 손가락이 칼끝을 단단히 움켜쥔 것이었다.
성진이 화가 나서 입을 열었다.
"뭐 하는 거야? 빨리 죽여버려!"
얼마나 힘을 썼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하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바위처럼 단단했다.
빠직
빠직 소리와 함께 하준의 두 손가락에 의해 칼이 두 동강 났다.
푹
그러고는 칼끝이 곧장 성진을 향했다.
성진은 동공이 움츠러들었고 칼을 필사적으로 피했다.
휘익
칼끝이 그대로 그의 머리 위로 날아갔고 수많은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떨어졌다. 단 1센티미터만 더 내려가면 그의 머리를 맞힐 정도였다.
성진이 자신의 머리를 만지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칼끝은 이미 사라지고 벽에 얇게 움푹 팬 부분만 남아 있었다.
그건 칼이 통째로 벽에 박혀 남은 흔적이었다.
"10분 드릴게요. 다시 사람 불러도 돼요."
린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성진의 눈에는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뭘 믿고 이렇게 무서운 게 없는 거지?
성진은 주저하지 않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사람 좀 보내주세요. 나중에 배로 돌려드리겠습니다."
10분 후, 또 한 대의 자동차가 부웅 소리를 내며 오더니 집이 다시 붐비기 시작했다.
10여 대의 승합차에서 문이 열렸고, 서로 다른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성진의 별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뒤에 또 한 대의 승합차가 오고 있었다.
"드디어 숨 좀 쉬겠네. 그러게 거드름은 왜 피웠어?"
성진이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
"거드름이요?"
말을 마치기 무섭게 하준은 마치 허리케인처럼 사람들을 때려눕히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하준은 마치 감정이 없고 지칠 줄 모르는 기계처럼 주먹을 내리꽂았다.
수많은 경호원들이 쓰러져나가기 시작했다.
성진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손을 슬쩍 허리춤에 가져다 댔다.
머지않아 거무스름한 총구가 하준의 머리를 단단히 겨누었다.
"가만히 있어!"
경호원들도 안색이 크게 변해 서둘러 하준에게서 떨어졌다.
하준이 아무리 대단해도 총알 한 발의 위력은 당해낼 수 없었다.
성진이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탕!
총소리가 나자 성진은 씨익 웃었다.
그러나 몇 초 지나자 그의 미소는 순식간에 굳어졌다.
사람은?
그의 눈앞에 있던 하준이 사라진 것이었다.
퍽
성진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하준의 주먹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주먹 한 방에 권총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퍽
성진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두 번째 주먹이 그의 얼굴에 닿았다.
성진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빠직
그 순간, 명호가 마지막 경호원의 팔을 부러뜨렸다.
"뒷일은 네가 처리해줘."
하준은 손수건을 꺼내 손에 묻은 핏자국을 닦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