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제 딸 건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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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후 명호는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벌써 무릎을 꿇으면 어떡해? 재미없게." 하준은 씨익 웃었다. 결과는 그가 예상한 대로였다. 명호는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형님, 그 사람을 왜 그냥 살려두는 겁니까?" 하준이 정민과 성진을 살려둔 건,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성진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이것이 그 목적이었다. 성진이 두려움을 갖게 하고 진심으로 복종하게 해야 다른 적을 상대하는 사냥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사람이 우릴 배신하고 다른 사람한테 우리 일을 말한다면요?" "영원한 이익만 있다면 영원한 동맹은 없지." 하준이 나지막히 말을 이어갔다. "조금 전에 온 경호원들 조사 좀 해줘." "네. 그나저나 형님, LR 그룹에 한번 가보실래요?" 명호가 핏자국을 닦으며 말했다. "오늘은 안돼. 아직 중요한 일이 하나 남아있어." 중요한 일? 혹시 전쟁터에서 문제가 생겼나? 명호는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걸어 헬기를 불러야 하나 생각했다. "무슨 생각 해?" 갑자기 긴장한 명호를 보며 하준이 물었다. "…죄송합니다. 며칠 동안 그쪽의 동향을 살피지 못했습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운전이나 해!" "공항으로 가면 될까요?" 명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치원으로 가. 지우 하원할 시간이야." 하준의 말에 명호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하준이 말한 중요한 일이 딸을 하원시키는 거였다니. 명호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아버지에게는 딸이 가장 큰 임무가 아닐까? 그 시각,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의 자신의 부모님을 기다리며 하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치원 입구에서 지우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솜사탕 팔아요! 마지막 한 개 남았습니다!" 분홍색 솜사탕을 보며 지우는 입술을 핥았다. 지우는 주머니 속의 2000원을 만졌다. 이건 엄마가 아침에 준 용돈이었다. "아저씨. 솜사탕 하나 주세요." "그래, 하나에 2000원이야." 중년 남자가 귀여운 지우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지우기 돈을 건네려 할 때 통통한 소년이 다가왔다. "솜사탕 이리 줘!" 지우는 비록 키가 작았지만 눈앞의 소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샀어!" "어쩌라고! 내놔! 내가 먹을 거야!" "싫어! 이건 내 거야!" 지우는 솜사탕을 품에 안았다. 소년은 아랫배를 내밀며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엄마가 너 안 데리러 왔지? 그거 너 버린 거야. 알아?" 지우는 고개를 저으며 전혀 상대하지 않았다. "네 아빠가 널 버린 것처럼 네 엄마도 널 버린 거야!" 아빠라는 말에 지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니야! 아빠가 이제 어디 안 간다고 했어!" 어린 소년은 입을 삐죽거렸다. 지우는 소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달리면서 말했다. "나 아빠 있어! 함부로 욕하지 마!" "도망치지 마! 거기 서!" 소년이 황급히 지우를 쫓아갔다. 그 순간 소년이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털썩 소년은 그대로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예준아!" 그때 화장이 짙은 중년 여성이 황급히 달려와 소년을 끌어안았다. "다쳤어? 많이 아프니?" 엄마가 다가오자 소년의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엄마, 쟤가 절 넘어뜨렸어요! 제 솜사탕도 저 여자애가 뺏어갔어요!" "거짓말!" 이 말을 들은 지우는 손을 내저었다. "아주머니,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 그러나 중년 여자는 지우의 설명을 듣지도 않고 지우에게 달려들었다. 지우도 놀라서 엉엉 울었다. 처음부터 광경을 지켜보던 행인은 마음이 아팠다. 솜사탕을 뺏으려던 건 남자아이였고 지우가 남자아이를 넘어뜨리기는커녕 지우를 괴롭히려다 혼자 넘어진 거였기 때문이다. "그만 하세요!" 그때, 한 여성이 욕설을 퍼부었다. "자기 애만 중요하지, 아주." 그러고는 지우에게 다가와 말했다. "너희 엄마, 아빠는?" 그러자 소년이 외쳤다. "쟤 아빠 없어요!" 지우는 무서웠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의 아빠에 대해 말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나 아빠 있어! 욕하지 마! 부모님이 없는 건 내가 아니라 너겠지!"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오늘 나한테 혼 좀 나볼래?" 중년 여자가 버럭 화를 내며 지우에게 손을 뻗었다. "제 딸 건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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