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장: 여왕을 만나다.

3467
오후 내내 그 책의 내용을 잊으려 애쓰며 청소를 했다. 가게가 더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토냐 이모는 예전처럼 날렵하지 못해서 아무리 애써도 놓치는 부분들이 있었다. 위층으로 올라갈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다행히 미리 생각해두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프를 큰 슬로우 쿠커에 한가득 만들어 놓았다. 온갖 채소가 듬뿍 들어간 수프였고, 거기에 넣을 국수와 삶은 달걀도 준비해 두었다. 일주일 동안 점심으로 먹을 만큼 충분히 만들었고, 오늘 저녁으로 먹을 큰 그릇도 따로 챙겨두었다. 사무실 불을 끄려던 순간, 현관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더 이상 손님이 올 예정은 없었기에 약간 긴장했다. 문에 달린 창문으로 내다보니, 구릿빛 머리카락의 작은 여자 뒤에 큰 남자가 서 있었다. 가게 문을 열고 "저희는..." 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엄청난 기운에 압도되었다. 머릿속에서 변신수의 느낌이 덜컹거렸다. 그리고 모든 것이 까맣게 변했다. *****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찻집 소파에 누워 있었다. 잠시 머리에 손을 얹었다. 아직도 어지러웠다. 방문객들이 생각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은 바 근처에서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쟁반은 내가 들게, 슈슈트. 네가 들고 가다가 애들이 발로 차면 떨어뜨릴 거고, 그럼 또 자책할 거잖아. "당신이 약하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거 알잖아. 지금 이렇게 배가 불러도 당신은 나를 충분히 때려눕힐 수 있다는 거 알아." 남자가 말했다. 바 끝에서 여자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나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녀는 키만큼이나 몸집이 커져 있었다. 어떻게 그녀가 자신보다 최소 30cm는 큰 근육질 남자를 때려눕힐 수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토냐 이모의 말이 떠올랐다. 알파가 그의 짝을 위해 입덧 치료제를 구하러 올 거라고 했었다. 바로 로그 퀸이다. 나는 신음하며 손으로 눈을 가렸다.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들은 둘 다 알파 늑대였다. 나는 그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다행히 기절했던 여파가 가신 듯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견딜만 했다. 약간의 어지럼증만 남아있었다. "알았어, 몽 소시송. 당신이 들어. 난 그냥 내 뚱뚱한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그쪽으로 갈게." 여자가 웃었다. "당신 엉덩이는 뚱뚱하지 않아, 슈슈트. 나중에 증명해 줄게." 남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야 할 거야, 알파." 여자도 나지막이 대꾸했다. 나는 미소 지을 뻔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정말 다정했다. 그들이 친절해 보인다는 것은 내 미래에 좋은 징조였다. 적어도 그러길 바랐다. "클로버, 당신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게 들려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괜찮으세요? 왜 기절했는지 알아요?" 여자가 내 옆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그녀의 힘은 엄청났다. 그녀의 힘이 나를 감싸고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뜨거운 여름날의 습도처럼 무거웠다. 나는 그들이 왜 여기에 있고, 마치 잘 아는 것처럼 내 가게를 돌아다니는지 궁금했다. "당신들은 강력한 변신수예요. 그래서 어지러워요." 나는 중얼거렸다. 그녀는 남자를 쳐다보았고, 갑자기 공기의 압박감이 줄어들면서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나는 이튼 하트 콜렉티브의 벨라미 드브로 여왕이에요. 당신은 우리 공동체에 가입 **을 했죠. 그래서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이쪽은 내 짝인 륀 루즈의 루시앙 드브로 알파예요. 우리는 가끔 이곳에 와서 우리 땅에 들어올 마녀들을 만나곤 해요." 그녀가 말했다. "오, 정말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어요. 미리 알려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강력한 변신수가 들어왔을 때 제가 쓰러지는 것을 대비해서 가게에서 일할 사람 두 명을 더 고용하려던 참이었어요."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강력한 변신수라면 누구든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가요?" 루시앙 알파가 물었다. "네, 알파. 강력한 변신수는 누구든 저를 기절하게 만들 수 있어요. 저는 동물 마법을 다뤄요. 드문 경우죠. 제가 변신수와 마주쳤을 때 이런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아무도 몰랐어요. 토냐 이모도 동물 마법을 다루지만, 저처럼 이런 문제는 없었어요." 나는 털어놓았다. "그럼 지금은 좀 괜찮아요? 일단 최대한 알파 기운을 거두었어요." 벨라미가 말했다. "숨쉬기가 편해졌어요. 그렇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살짝 미소 지었다. "차를 좀 준비했어요. 마시고, 좀 더 나아지면 면담을 시작하죠." 벨라미가 말했다. 나는 컵을 들고 차를 마셨다. 정말 맛있었다. 시트러스 향이 첨가된 베리 차였다. 가게에 이런 차는 없었던 것 같다. 기운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질문해 주세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괜찮다면요." 그녀가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질문을 던지든 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서 있지만 않으면 괜찮았다. 설마 그녀가 현장 음주 측정 같은 걸 하지는 않겠지, 적어도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벨라미는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전원을 켰다. 잠시 후, 그녀는 태블릿 화면을 몇 번 두드리고 나에게 건넸다. "이건 당신의 파일이에요. 당신은 세 가지 유형의 마법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했어요. 증조모의 뒤를 이어 이곳에 왔다는 건 알지만, 정략결혼이 확정되기 전까지 얼마나 여기 있을 건가요?" 벨라미가 물었다. 나는 숨을 헉 들이마셨다. "그걸 어떻게 아셨죠? 마녀 공동체 밖에서는 아무도 정략결혼에 대해 알지 못하는데요." "작년 이맘때쯤 한 마녀를 만났는데, 두 가지 이상의 친화력을 가진 마녀는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당신이 여기 얼마나 살 건지, 아니면 당신의 남편이 당신과 함께 살러 올 건지 알아야 해요. 그도 등록해야 하거든요." 그녀가 말했다. "저는 거절했어요. 시키는 대로 결혼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말한 후, 가족 대부분에게 의절당했어요. 저는... 자살 시도까지 했어요. 그래서 그들이 저를 보내준 거예요." "부모님은 전통 때문에 저를 영원히 잃고 싶지 않으셨던 거죠. 저희 이모, 삼촌들은 저를 이기적인 아이라고 부르며 제가 정해진 남편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말도 섞지 않겠다고 하세요." "그는 제 어린 시절 친구였어요. 저는 그들이 우리를 약혼시켰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화가 난 마녀 집회가 여기 와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없겠죠?" 벨라미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들은 제가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그들의 조건대로요. 제가 기어들어와서 받아달라고 애원하기를 바라는 거죠. 저는 거절했어요. 저는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고, 그렇게 할 거예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마음에 들어요. 불의 마녀답게 불같은 성격이네요. 당신은 우리의 보호 아래 있어요. 빛의 마녀로 남는다면 그 보호를 잃지 않을 거예요." "어둠으로 돌아선다면 당신은 쫓겨날 거예요. 그런 마법을 쓰는 사람들에게 우호적인 도시로 옮겨줄 수도 있지만, 내 가족과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는 허용하지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저는 절대 어둠으로 돌아서지 않을 거예요. 제가 즐기는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저는 고기도 안 먹어요. 동물과 연결된 마녀들은 거의 어둠으로 돌아서지 않아요. 식물 마녀도 마찬가지죠. 저에 대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토냐 이모처럼 빛에 가까워요." 나는 미소 지었다. "좋아요. 웹사이트에 마녀들이 재료 채집을 위해 팩 영토에서 시간을 요청할 수 있는 링크가 있어요. 시간을 예약하고 어느 지역에 있을지 표시하면 돼요. 그래야 당신이 길을 잃었을 때 우리가 찾을 수 있죠." "매달 뉴스레터가 당신의 이메일로 발송될 거예요. 이메일 공지도 보낼 거고요. 누군가 당신을 괴롭히면 알려주세요. 우리가 사람을 보내서 문제를 해결해 줄게요." 벨라미가 제안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어지럼증이 덜한 것 같아요. 다시 당신들을 봐도 기절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거예요. 다음에 올 때는 미리 전화할 테니 마음의 준비를... 그리고 앉아 있도록 하세요. 나는 보통 소유욕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당신은 키가 크고 다리가 길잖아요. 내 짝이 당신을 안아 올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저는 그를 빼앗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너무 예쁘고 아담해요. 남자들이 원하는 스타일이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죠." 루시앙이 웃기 시작했다. 벨라미는 그를 노려보았다. 내 말실수로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 같았다. "벨라미는 보호받아야 할 것처럼 보일 뿐이에요. 사실 그녀는 나보다 훨씬 무서워요. 나는 그저 이 나라에서 가장 치명적인 로그 퀸과 짝을 맺을 만큼 운이 좋은 알파일 뿐이죠." 그가 윙크하며 말했다. "맞아, 네놈은 운이 좋았지. 내 허락도 없이 나를 보호하려고 한다면 널 다시 뱀파이어들에게 돌려보낼 거야." 그녀가 투덜거렸다. "절대 그럴 리 없어. 피곤해, 여보? 차까지 안아 줄까? 애들이 또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어?" 루시앙이 그녀에게 아양을 떨었다. "집에 가야겠어요. 자야겠어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클로버." 벨라미는 태블릿을 다시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설거지는 미안해요." "괜찮아요. 안전 운전하세요. 저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들의 백성을 위한 헌신에 정말 감사드려요." 나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그들이 떠나고 몇 분 안에 공기가 완전히 맑아진 것 같았다. 나는 차를 마저 마시고 뒷정리를 했다. 정말 귀여운 커플 같았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신규 회원 꿀혜택 드림
스캔하여 APP 다운로드하기
Facebookexpand_more
  • author-avatar
    작가
  • chap_list목록
  • like선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