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것 보고 작은 선물이라고? 며칠 전에 한 주얼리 가게에서 이것보다 작은 비취 목걸이를 봤는데 그것도 수 백만 원 들던데. 이건 품질이 더 좋아 보이는걸."
한 여자는 두 눈을 반짝이며 비취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큰돈 썼네 우리 휘경이. 이 목걸이 한 2천만 정도 하는 거 아니야?"
한 남자가 감탄하며 말했다.
"쯧쯧, 휘경아, 너 지금 딱 민경이한테 프로포즈하는 거 같은데?"
다른 한 아름답게 생긴 여자가 농담으로 말했다.
그녀의 환심을 사려는 휘경의 행동에 민경은 안색이 좀 좋지 않았다.
"민경아, 이건 내 작은 성의일 뿐이야. 다른 뜻은 없어."
휘경은 우아하고 매너 있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민경아, 휘경 남신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너도 그만 선물 받아줘라."
"그래, 부러워 죽겠네. 휘경아, 넌 왜 나한테 목걸이 하나 안 사주는 거야?"
"아 맞다. 휘경이 고등학교 때 민경이를 애타게 쫓아다녔었지?"
여자들은 모두 수상한 표정을 지으며 떠들썩하기 시작했다.
휘경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바라던 바였다.
"휘경아, 마음은 고마워. 하지만 난 너의 선물을 받지 않을 거야."
민경이 정색하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민경아, 내가 직접 끼워줄게. 어쨌든 한번 껴 봐. 주얼리 디자이너니까 이런 목걸이 좋아하겠지?"
휘경은 웃으며 목걸이를 들고 천천히 민경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민경의 맑고 깨끗한 피부를 보며 탐욕스러운 눈빛을 드러냈다.
고등학교 때 부터 그는 학교에서 제일 이쁜 민경의 몸을 탐났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그녀에게 고백을 해도 소용없었다.
민경을 만날 기회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는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민경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아졌지만 현장에 있는 고등학교 동창들 때문에 그녀는 화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휘경은 특별히 사람 많은 곳을 골라 일부러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속셈이 너무 뻔했다.
"민경 씨가 당신의 선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걸 못 알아듣는 건가요?"
임혁은 일어나서 손을 뻗어 휘경을 막으며 냉랭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임 조수, 이게 무슨 말이죠?"
휘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차갑게 임혁을 바라보았다.
"내가 총 팀장에게 선물을 주겠다는데, 고작 조수밖에 안되는 자식이 나를 막아요?"
휘경은 날뛰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당신이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데요? 당신이 여기에 들어와서 술 마시게 한 것도 다 민경이 체면을 봐서 그런 건데. 나는 민경이의 고등학교 동창인데, 당신은 또 뭔데 민경을 대신해서 말을 하는 거죠?"
그는 욱양 건축 그룹의 회장님으로서 수 십억의 자산을 가진 회사를 손에 쥐고 있었기에 신분이 좀 있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그의 아버지도 청운시 건축업계의 큰 인물이었으니 그는 대표적인 재벌 2세였다.
휘경은 스스로 자신을 잘생긴 재벌이라 생각했기에 청운시 장 씨 집안의 아가씨인 민경과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민경의 장 씨 그룹 디자인 부문 총 팀장의 신분조차도 그는 별로 안중에 두지 않았다.
고작 조수밖에 안되는 사람이 세상 물정 모르고 감히 그의 체면을 깎아내리다니.
"난 민경 씨의 남편이 되는 사람입니다."
임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 불량품처럼 보이는 목걸이는 당신 혼자 놔두고 써요."
"뭐라고? 네가 민경 남편이라고?"
"내가 듣기로는 민경의 집에 쓸모없는 데릴 사위가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이 사람이 바로 그 사위였단 말인가? 어쩐지 민경의 조수로 일하니까 쓸모없는 쓰레기 맞긴 맞구나."
"쯧쯧, 원래 그가 바로 장 씨네 집안 유명한 병신 사위였구나? 민경 곁에서 조수가 될 면목이나 있어?"
일시에 방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탄식하는 소리를 내며 조금도 사정없이 임혁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분명 임혁이 장 씨네 집에 데릴 사위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이었다.
휘경은 멈칫하더니 이내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바로 그 명성이 자자한 임혁이군요. 듣자 하니 장 씨네 데릴 사위로 들어가면서 장 씨네 집안사람들이 당신을 먹여 살렸다던데, 우리 남자들의 체면을 단단히 잃게 만들었군요!"
휘경은 비꼬며 말했다.
"왜요? 임혁 씨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 자신이 이 수 천만 짜리 비취 목걸이를 살 수 없어서 다른 사람이 사서 민경에게 주는 것을 싫어한다 이건 가요?"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잇달아 임혁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휘경의 편에 서 있었다.
휘경은 고등학교 동창들 사이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는 젊고 성공한 재벌 2세였다. 이런 사람과 친구를 한다면 적지 않은 덕을 볼 수 있었다.
임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신의 이 비취 목걸이는 겉에 화학품으로 만든 포장이 씌어있어요. 그 포장 안에는 기껏해야 몇 십만원 하는 불량품 비취가 들어있는데 그걸 오히려 수 천만원을 주고 샀다니 정말 가소롭네요."
휘경이 선물 케이스를 열었을 때 그는 이미 이 비취 목걸이가 인공이 만든 불량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비취 목걸이의 겉에는 정교한 화학품 포장을 둘렀기에 겉보기에는 마치 최고급 유리종의 비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품이었다.
그는 원래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휘경이 이토록 파렴치한 사람이란 걸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임혁은 자신감 없을 정도로 불안하지 않았기에 휘경이 자신의 면전에서 민경에게 들이대는 것까진 괜찮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민경의 몸을 탐나면서 또 불량품 하나를 들고 이곳에서 허세를 부리며 자신의 코앞에 와서 조롱했던 것이다.
"야 너 이 병신 뭐라고 했어? 내 목걸이가 불량품이라고?"
휘경은 당황해하며 인차 화가 난 표정으로 임혁을 미친 듯이 비난했다.
"당신은 참 음흉한 사람이군요. 내가 진짜 큰돈 2천만 원에 사 온 비취 목걸이를 자신이 살 수 없으니 남을 모함하고 싶은 모양인가 보죠?"
휘경은 크게 화나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민경을 바라보았다.
"민경아, 네가 이런 비열하고 파렴치한 쓰레기를 따라다니니 정말 아까워. 이런 사람은 너한테 치욕만 주고 평생 너를 괴롭힐 거야."
"그래! 임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네. 이 사람은 너무 음흉해! 자기가 돈이 없어서 휘경과 비교할 수 없으니 이렇게 막 뒤집어쓰는 거 좀 봐."
"휘경은 재산이 얼만데 이런 고급 비취 목걸이를 살수 없다는 게 말이 돼? 난 임혁이 그저 출세하지 못하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음흉할 줄은 몰랐어. 정말 징그러운 사람이야.
두 남자는 임혁을 비난했다. 그들은 휘경의 충실한 부하인 것 같았다.
"임혁 씨, 제발 그만 민경이를 창피하게 만들지 마요.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그렇게 타일렀는데. 자신은 능력이 없는데 왜 또 굳이 말을 해서 추태를 보여요!"
이설아는 분노에 찬 얼굴로 임혁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임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설아를 한 번 보았다.
설아는 계속 훈계하고 싶었지만 임혁의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치자 자기도 모르게 두려움에 입을 다물었다.
오늘의 임혁은 평소와 다른 것 같았다……
펑!
바로 이때 누군가가 방문을 차고 들어왔다.
흉악하게 생긴 젊은 남자가 팔에 화려한 문신을 한 채 마른 남자 한 명을 끌고 살벌한 기세로 들어왔다.
"이거 너희들 누구 친구야? 이런 씨, 술을 많이 처마셔서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주제에 감히 내 얼굴에 술을 뿌리다니."
화가 난 남자는 흉악하게 말했다.
"누가 여기로 데리고 왔는지 당장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