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모임

3461
오후가 되도록 민경은 내내 총 팀장 사무실에서 세계의 왕 프로젝트의 서류를 열심히 처리하고 있었다. 임혁은 문자 한 통을 받고 민경과 인사를 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보정 빌딩 입구에 도착하자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이미 길 건너편에 멈춰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30분 후. 청운 호텔, 26층. 늙은 집사의 안내하에 임혁은 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지덕훈은 혼자 큰 의자에 기대어 앉아 무뚝뚝한 표정을 하며 윗 사람의 위엄을 유지하고 있었다. 임혁은 의자 하나를 당기고 앉아서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부탁하러 온다고 자신이 있지 않으셨나요? 왜 주동적으로 저를 찾으신 거죠? 기다리기 싫어서요?" 덕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니까, 너는 어떻게 해도 지 씨 집안에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군." "제가 여덟 살 되던 해에 이미 말씀드렸는데, 지 씨 집안은 이제 저와 더 이상 관련이 없다고요." 임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지 씨네 집안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다면 나도 강요하지 않을 거야. 네가 8살 때 집을 떠나려 했을 때도 난 널 강제로 붙잡지 않았어." 덕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 엄마와 이혼하는 것은 내가 평생 저지른 몇 가지 잘못 중에 하나였고 가장 고통스럽고 어쩔 수 없는 일중 하나였어. 하지만 난 영원히 내 입으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야." "허." 임혁은 냉소하며 말했다. "그럼 오늘 절 찾은 이유가 뭐죠?" "오늘 널 부른 이유가 내가 이제 제경으로 돌아간다고 전해주고 싶어서 그래." 덕훈이 대답했다. "내가 청운시 최고급 별장 구역인, 설룡 힐하우스에서 별장 한 채를 샀어. 지하 차고에는 10대의 스포츠가 보관되여있고. 그리고 스위스 은행 계좌에는 1억 달러가 있으니까 다 가져가. 네가 나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는다 해도 내 지덕훈의 아들이 남에게 업신여기면서 한평생 억울하게 살 수는 없어!" 덕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필요 없어요." 임혁은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널 불쌍히 여겨서 그런 거라 생각하든 아님 내가 죄책감 느껴서 그런 거라 생각하든 나 지덕훈은 단 한 번도 남한테 준 물건을 회수한 적이 없어." 덕훈은 매우 위엄있게 말했다. "나도 더 이상 너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을 거야. 청운 호텔 전체를 내가 이미 사놨으니 너에게 준 모든 물건은 이 층 회의실 금고에 넣어뒀어. 비밀번호는 네 생일이고." 덕훈은 천천히 말했다. "네가 언제 이 물건들이 필요하면 와서 가져가. 만약 정말 화나고 재수 없다면 그것들을 모두 부수고 버리거나 그대로 놔둬도 돼. 아무튼 네 마음대로 해." 임혁은 냉소하며 고개를 저었다. 덕훈은 여전히 예전처럼 자부심이 강하고 남을 맘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넌 나를 너무 얕보고 있어." 덕훈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말했다. "내가 꼭 내 아들에게 의지해야만 제경 지 씨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흥." 덕훈은 콧방귀를 뀌며 말을 돌렸다. "내가 너한테 말하는데 이번에 나와 함께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면 3개월 후에 내 소식을 기다려. 그때, 너는 네 할아버지를 보러 돌아와. 제멋대로 제경에 가지 말고." "만약 3개월 후에 내가 너에게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다면…… 똑똑히 기억해. 너는 평생 누구에게도 자신의 신세를 폭로하지 말아야 돼. 제경에게 돌아올 생각은 하지도 말고. 지나간 모든 것을 잊어버려야 해. 알겠는가?" 임혁은 물었다. "이게 전부인가요?" 덕훈은 대답했다. "내 말 명심해." 임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다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그는 오늘 지덕훈이 말하는 태도와 표정이 좀 이상하다고 여겼다. 제경 지 씨의 일은 자신이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한 것 같았다…… 임혁은 망설이며 뒤돌아보았다. 마침 그는 덕훈의 눈길과 마주쳤다. "너 또 무슨 일 있어?" 덕훈은 평소와 같이 물었다. 임혁은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더는 말하지 않고 뒤돌아서서 청운 호텔을 떠났다. 회의실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덕훈은 임혁이 나가는 모습을 보며 한참 침묵하다가 이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르신……" 집사는 옆에서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 "나는 원래 우리 지 씨 집안의 다른 가문들이 당당하게 맞서려는 줄 알았지. 족규규정을 꺼내 장로회에서 우리 가문의 권세를 빼앗아 오며 당당하게 가주의 자리에 앉으려 해서 혁이를 찾아 그들의 입을 막으려 했어." 덕훈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규정을 따지지 않고, 밖의 세력을 빌려, 동족의 체면도 봐주지 않고 억지로 싸우려 했으니…… 일반인인 혁이 하나를 데리고 돌아가도 호랑이 숲으로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지……" "어르신, 제경의 정세에 너무 비관하지 마세요. 우리에게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어르신의 세력은 비록 이틀 전에 이미 완전히 무너졌지만, 동원할 수 있는 세력은 아직 서너 개의 은세 가문이 있잖습니까. 암암리에 있는 세력도 완전히 보존되어 있으니 어르신에겐 아직 힘이 남아있습니다." 집사가 말했다. "허, 셋째 동생은 이미 죽었어. 그들이 지 씨네 집안 통재로 삼키려면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야 해…… 집사, 너는 동해성에 남아 내 소식을 기다려." …… 청운 호텔을 떠난 임혁은 곧장 보정 빌딩으로 돌아갔다. 그는 더 이상 지 씨 집안의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저녁 무렵. 민경과 임혁은 회사에서 퇴근하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보정 빌딩 앞에 도착했다. 정필은 이미 차를 길가에 세워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참, 임혁 씨." 민경은 망설이는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왜요?" 임혁이 물었다. "오늘 저녁 나 동창 모임이 있거든요. 임혁 씨, 나랑 함께 가줄 수 있어요?" 민경이 물었다. "동창 모임요?" 임혁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장 씨네 집안에 데릴 사위로 들어간 이 2년 동안 그는 종래로 민경의 친구들을 접촉한 적이 없었다. "동창들 사이에 얄미운 사람들 몇 명 있어서 귀찮아 죽겠어요." 민경은 임혁의 의혹을 알아차리고 즉시 해명했다. "그럼 같이 가요." 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함께 차에 올라타자 정필은 차를 몰며 시내의 번화한 지역으로 곧장 달려갔다. 10분 뒤. 차는 청운시의 유명한 미식거리에 도착했다. 길거리에는 모두 큰 레스토랑, 샤부샤부, 각종 특색의 간식 가게, 그리고 각종 오락 장소였기에 사람과 차량으로 가득 찼다. 거리 전체는 모두 밝은 등불로 뒤덮였다. 자금 왕조 노래방, 888호 특별 예약한 룸이 바로 그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민경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민경아, 이게 얼마 만이야! 최근에 장 씨 그룹의 디자인 총 팀장으로 승진했다면서? 축하해!" "그럼, 우리 민경이가 대학 다닐 때 주얼리 디자인 상까지 받았으니, 이 방면의 전문가가 따로 없지!" 젊고 아름다운 여자 몇 명이 모두 얼굴에 웃음을 띠고 일어나서 그녀를 맞이했다. "참, 민경아,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 짙은 보라색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물었다. 그는 임혁을 훑어보고 있다. "그는……" 민경은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민경의 조수, 임 조수." 머리를 하나로 묶고 스타일리시한 차림을 한 여자가 얼굴에 웃음을 띠며 민경대신 대답했다. 임혁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이 여자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민경의 절친인 이설아였다. "아? 임 조수님, 안녕하세요." 양복 입은 남자가 웃으며 명함 한 장을 건넸다. "욱양 건축 그룹의 회장, 나휘경이라고 합니다." 임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민경아, 정말 대단해. 회사에서 조수까지 해 줬다니!"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우아한 몸매를 가진 여자가 부러워하며 말했다. "조수가 뭐 대단하다고. 우리 민경이 BMW 5시리즈의 차까지 뽑았잖아. 회사에서 전담 기사까지 붙여줬다고!" 설아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민경아, 너도 성공한 직장 여성이 되었구나." 현장에 있던 여자들은 그녀를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해, 설아야. 다들 나보다 못하진 않잖아." 민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는 조금이나마 그녀의 허영심을 만족시켰다. 오랜 시간 동안 그녀는 누군가에게 받드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자 임혁과 민경도 모두 소파에 앉았다. 이때 설아는 임혁에게 다가가더니 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임혁 씨, 오늘 민경이가 자랑 좀 하게 가만있어요. 창피하게 만들지 말고요." 설아는 훈계하듯 말했다. "절대로 당신이 민경의 남편이라고 말하지 마요, 알았어요?" 임혁은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 "민경아 너도 참, 왜 임혁 씨를 데리고 왔어? 너도 알잖아. 이번에 내가 네 자랑 좀 한거. 동창들 지금 다 널 우리 반의 아이돌로 생각하고 있다니까." 설아는 민경 옆에서 열심히 설득했다. "임혁 씨 때문에 네 이미지 망치지 말고." 설아는 민경을 힘껏 부추기며 옆에 앉아 있는 임혁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됐어, 설아, 오늘 동창 모임이니까, 이런 얘기 그만해." 민경이 정색하고 말했다. 이때 한 여자가 제안했다. "오늘 우리 이렇게 모인 것도 민경의 승진을 축하하는 뜻이 있으니까 다들 한잔 해요!" "건배!" "신난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서 맥주 한 잔을 원샷했다. 사람들이 모두 앉은 뒤, 나휘경은 갑자기 주머니에서 정교한 선물상자를 꺼내어 열더니 그 속에는 반짝이는 비취 목걸이 하나가 들어있었다. 빛깔이 아주 좋은 것을 보니 분명 고급 액세서리였다. "민경아, 그룹 총 팀장으로 승진한 것을 축하한다. 이건 작은 선물이야. 네가 받았으면 좋겠어." 휘경은 민경 앞으로 가서 선물을 건네주었다.
신규 회원 꿀혜택 드림
스캔하여 APP 다운로드하기
Facebookexpand_more
  • author-avatar
    작가
  • chap_list목록
  • like선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