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일을 챙겨 준 이후, 시원을 향한 마음이 더욱 커져가던 진선이었음에도 학교 내에선 여전히 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한 채,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는 시원에게 진선은 속 깊은 마음을 내색하거나 털어 놓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커져가는 자신의 마음과 달리 아직도 확신을 내리지 못할 여건 속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 속에서 어설픈 자신의 마음을 시원에게 혹여 내비치게 된다면,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 할 고3의 그녀에게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진선은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껄끄러운 문제를 마무리 짓지 못한 숙제가 아직 남아있었다. 100일 다음날 터진 비디오방 사건 이후, 정후는 자신의 연락을 피했고, 일주일 뒤 집 근처로 찾아와 ‘시간을 갖자’는 말만 남긴 채 한 달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도 주질 않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 진선의 생일날조차 그 흔한 삐삐 한번 쳐주질 않은 그였다. 싫다는 의사를 무시한 채 덤벼든 것은 분명 정후의 잘못이지만 진선은 자신의 애매한 태도 또한 잘한 것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이번에는 먼저 다가가 화해를 청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돌아오는 18일인 그의 생일날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 석희는 비디오방 사건 이후로 눈빛과 행동이 더욱 삐딱해진 정후와 사사건건 부딪쳤지만 민정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애써 참아내고 있다. 녀석은 요즘 들어 미친 듯이 운동에만 매달리는 듯 보였고, 며칠 전부터는 체육관 수업이 끝나면 타 학교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