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말이 잘 통했기에 둘이 만나면 뭘 해도 즐거웠고, 하루하루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내왔다. 엉뚱한 소문으로 서로 떨어져 지내야만 했던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그걸 이겨낸 만큼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던 그들이었기에, 이후 펼쳐질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던 행복은 축젯날 진선이 좋아한다는 ‘정후’의 등장과 그로 인해 조급해진 시원의 ‘서툰 고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사랑하길 원했던 시원과, 그 사랑이 두려웠던 진선 사이의 갈등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한번 어긋나버린 인연은 깨져버린 유리 조각처럼 이어지지 못한 채, 결국 부서지고 말았던 것이다. 행복의 정점에서 떠오른 과거의 아픈 기억은 시원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그녀는 눈앞에서 즐거운 듯 웃고 있는 진선을 가만히 바라보며, 지난날 자신의 휴대폰 벨소리는 언제나 ‘A Lover’s Concerto’이었음을 생각한다. 시원은 이 음악을 들을 때면, 행복했던 시간 속에 웃고 있는 진선과 자신을 떠올리곤 했다. 그녀에게 있어 ‘A Lover’s Concerto’는 두 사람이 처음으로 ‘극장’에서 함께 본 영화의 OST이자, 진선과 행복했던 마지막 순간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음악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그녀는 그들의 각별한 추억을 휴대폰 벨소리로 지정해두고 오랫동안 잊지 않으려 노력해왔고, 흐르는 벨소리를 들을 때마다 ‘만나야 할 사람들은 언젠간 꼭 만나게 된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자신도 진선과 그렇게 될 수 있기를 염원해왔다.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