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소식을 들고 여고에 도착한 시원은 선생님들과 친구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고, K여고의 ‘98학년도 대학 합격자 현황’에 첫 번째로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얻게 됐다. 이후 학교 측에선 교문 옆에 미리 준비해 둔 커다란 게시판을 설치하고, 전교생이 볼 수 있도록 합격자들의 현황을 적은 글을 그곳에 붙여 공지해두었다. 그날 저녁, 시원은 가족들의 축하를 받으며 아버지로부터 두둑한 용돈과 함께 017 번호로 시작하는 PCS폰(휴대폰)을 선물 받았다. 그리곤 레스토랑에 데려가 스테이크를 사주시며 첫 술은 아버지한테 배우라고 말씀하시곤 맥주를 한잔 따라주신다. 기뻐하며 축하해주시는 어머니와 뭐든 먹고 싶은 게 있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전부 다 말해보라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시원은 어쩐지 마음이 뭉클해졌다. 이렇게 행복해하시는 일을 참 멀리 돌아 이제야 해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후회가 된다. 마치 어느 유명 시인의 잠언 시집 구절처럼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같은 허무하고 안타까운 '마음의 후회'로부터 비롯된 생각일 뿐이지만, 그녀는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두 가지 감정을 함께 마주하며 그토록 바라던 일에 앞서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딘 것’뿐이라는 사실만은 잊지 않으려 했다. 시원이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호출기의 진동이 울렸고, 진선으로부터 음성메시지가 들어왔다. 합격 소식을 전해 들은 진선은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하며 축하해주었고, 멋진 대학생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전하며 자기도 열심히 공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