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들어서… 혹시 괴롭힘 당하는거야?” 하영은 여전히 눈을 반쯤 가린 앞머리 사이로 똑바로 쳐다보는 커다란 두 눈을 보았다. 윤수는 해변의 모래 같은 황갈색 머리카락이 참 잘 어울렸다. 자세히 보니 뺨에 옅은 주근깨도 있었다. “눈치 없게 끼어들긴.” 태이가 코웃음을 치더니 볼 일이 끝났다는 듯 자리를 떴다. 썩은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하영은 윤수에게로 말을 돌렸다. 뭐라고 해도 악마와의 몸싸움을 말려 준 그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참 나. 괴롭힘은 네가 당할까 봐 걱정이거든.” 윤수가 이번에도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하영은 교실로 돌아가면 입에 풀을 붙여 꾹 닫으리라 결심했다. “음… 왜… 순한 애들 건드리는 놈들은 꼭 있으니까. 기분 상했다면 미안.” “그게 아니라, 아…” 윤수가 주저했다. 동그란 눈을 굴리는 모습이 강아지와 조금 닮은 것 같았다. “내가 또 빤히 쳐다봤지? 미안. 그냥… 넌 항상 진심을 말하는 것 같아 신기해서.” 뭔지 모를 말인데다가 얘는 분명 사람을 보는 눈이 없는 듯했다. 제가 빤히 쳐다보던 것과 ‘진심’은 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참 신비주의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아무튼… 그런 게 있어.” 윤수는 말을 흐리고는 먼저 교실로 돌아갔다. 행동 얌전하고, 심성 착하고, 얼굴도 예쁘고. 같은 남자애가 어찌 저리 태이와 다른지, 남자들이란 알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며 하영이 걸음을 떼었다. 윤수가 쓴 신비주의 베일을 걷어낸 건 멀지 않은 오후, 아름을 통해서였다. 하영과 친구들은 하교 후 하영의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