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쓰잘데기 없는 상상이나 하는 하영이라도 목이 졸려 죽는 상상까지는 해본 적이 없었다. 난생 처음 겪는 괴로움에 정신을 잃을 즈음 고통의 원인이 떨어져 나감을 느꼈다. 찰나에 하영은 죽는 것인지 고민했지만 감각이 되돌아오는 것을 보니 그 반대인 모양이었다. 눈 앞에서 태이가 낮게 욕을 씨부리는 소리가 들렸다. 죽음의 문을 들락거리는 와중에 그것이 통쾌한 자신에게 하영은 거리를 느꼈다. 그래도 재수없던 얼굴이 당황에 일그러진 것만은 보기 좋았다. 그의 뒤로 밝은 빛이 비추었는데 손전등은 아닌 게 그렇게 밝은데도 눈이 부시지 않았다. 하영은 빛 속에서 점차 또렷해지는 금발의 여자아이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10살 남짓으로 보이는 아이였다. 반바지 정장 차림과 진지한 표정, 오대오 가르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나름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곧 아이가 날개를 접고 다가왔다. “저리 꺼져. 천사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잔뜩 날이 선 고양이 같은 모습으로 태이가 말했다. “지상에 천사가 끼어들지 못할 일은 없어요.” “아악 짜증나!” 아이는 태이가 소리를 빽 지르건 말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신하영 씨에게서 물러나세요.” “뭘 믿고 협박하는 거야?” 아이가 고개를 까닥였다. “천사라는 제 지위요. 종족끼리 갈등을 일으키고 싶으신가요?” 협박이라는 단어를 부정도 하지 않는 아이는 점잖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몇초 후, 태이는 벌레 씹은 표정을 하고 양 어깨에 인형을 얹고 물러섰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에 아까의 여유롭고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희미해져 보이지 않았다. “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