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게 먹은 햄버거가 너무 큰 탓이었는지, 하영은 새벽부터 끙끙 앓고 있었다. 아빠가 가져다 준 소화제를 먹고 걱정이 가득 담겨 토닥여주는 손길을 받고 나서야 요란떨던 속이 가라앉았다. “으어어…” 하영은 식은땀이 날아간 이마에 손등을 얹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못된 스파이시킹콰트로치즈버거 같으니.” 살며시 눈을 감고 점차 나아지는 몸의 감각을 느꼈다. 정상으로 돌아오는 감각이 머릿속을 평화롭게 했다. 얕은 잠에 든지 얼마나 지났을까, 방 바깥에서 얼핏 들린 소리에 하영은 눈을 반짝 떴다. 오빠의 목소리였다. “알았어 희서야. 지금 나갈게. 한 5분?” 전화를 끊고 맞은편 방으로 들어가려던 우영은 동생의 방문이 벌컥 열리자 놀라 꽥 비명을 질렀다. “꽥? 오빠 오리같아.” 오리라는 단어에 개순이가 함박웃음을 짓고 달려왔다. 하영은 우영이 얼굴을 붉히고 노려보는 것은 아랑곳 않고 오빠의 핸드폰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지금 희서 언니 만나러 가? 나도 같이 가!” “네가 왜 가? 전에 놓고 간 립밤 전해주러 가는건데.” 우영이 하영의 손을 뿌리치고 틱틱거렸다. “내가 갖다 줄게.” 곧 흐뭇하게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는 우영이었다. 타박타박- 하영은 조금 들뜬 걸음을 걸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완연한 가을이 되어 갈색으로 물든 나무와 낡은 가로등 밑에 희서가 서 있었다. 하영은 잠시 멈추었던 걸음을 옮겨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열 걸음이 다섯 걸음으로, 한 걸음으로 줄어들수록 그리운 냄새가 선명해졌다. 그 날의 희서 언니와 같았다. “언니.” 하영을 돌아본 희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