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바다밖에 없었다. 보는 눈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은 하영에게 거대한 해방감을 주었다. 꿈틀거리던 날개가 옅게 모습을 드러내자 윤수가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중얼거렸다. “새…… 진짜였네.” 그의 옆에 서있던 찬희가 이마를 짚었다. “얘들아, 맘껏 구경해. 난 여기서 쉬고 있을게.” 태평한 희서의 말에 찬희는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젓고 먼저 자리를 떴다. “우리도 가자.” 하영은 앞장서서 윤수를 이끌었다. 바윗돌을 넘고 넘어 모래사장으로 들어서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앞머리를 휩쓸었다. 하영은 뭐에 이끌린 것처럼 바다에서부터 하늘로 시선을 미끄러뜨렸다. 옷이 맞닿아 부스럭대는 인기척이 곁으로 다가왔다. 하영은 윤수를 향해 손짓으로 앉자는 신호를 했다. 살가운 편이 절대 못되는 하영이지만 윤수는 어딘가 편하게 느껴졌다. 역시 사복 차림이 귀엽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너, 초능력자라며?” 찬희가 곁에 있었다면 이마를 짚다 못해 움푹 눌러버렸을 테지만 뭐 어떠랴. 하영은 거리낌없이 윤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윤수는 당황하는 듯 하더니 곧 나지막한 특유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리온 누나한테 들었어?” “내 친구 중 하나가 초능력자를 알아볼 수 있거든. 그래서 알았지. 그나저나 리온 언니도 아는구나.” “으응… 리온 누나는 유일하게 날 이해해주는 사람이야. 난, 사람들의 진심을 알아볼 수 있거든.” 그리고 윤수가 곧 말을 고쳤다. “진심밖에 볼 수 없어. 진심이 아닌 말을 하는 사람의 얼굴이 내겐 지워져.” 하영이 입을 떡 벌렸다. “달걀귀신처럼?” “달걀… 응 비슷할거야. 빈말이든 거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