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그의 뻔뻔함에 말을 잃었다. 한순간 무시할까 고민했지만, 이성적인 판단을 뒤로하고 불쾌한 호기심이 하영을 이끌었다. 불만 가득한 걸음으로 골목 모서리에 다다랐더니 인형은 또다시 저만치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 하영이 한쪽 광대를 찡그리며 쳐다보고 있자 생쥐같은 놈이 한쪽으로 쏙 사라졌다. 하영은 천천히 화가 끓기 시작했다. “유인한다고? 저딴 거에 속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정말 해도해도 너무했다. 하영이 아무리 새대가리라지만 진짜 새보다는 똑똑할진데, 태이는 보란듯이 그를 바보 취급하고 있었다. “하아-“ 더이상 놀아줄 이유는 없었다. 하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휙 돌아서더니 "꽥!" 비명을 질렀다. 코 앞에 서있던 태이도 덩달아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의 새된 비명소리에 하영은 두 귀를 틀어막았다. 하영은 태이가 조용해지자 버럭 화를 냈다. “왜 따라다니고 난리야 이 또라이가!” “말 너무 심해!” 하영은 손바닥을 머리에 짚어 지끈거린다는 티를 있는대로 다 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그러자 태이가 두 눈을 빛냈다. “주게?!” “……” 태이는 언제나처럼 능글맞게 실실거렸다. 하영은 그와 궁합을 본다면 최악으로 나올 것임을 확신했다. “순순히 따라와주면 알려줄게.” “돌았냐? 정체도 모르는 널 뭘 믿고…” 그때, 누군가가 하영의 뒷목을 강하게 내려쳤다. 하영의 무릎이 맥없이 꺾였다. 털썩- 머리카락 사이로 흙먼지가 튀었다. 태이가 고꾸라진 하영을 붙들어 일으켰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씨익 웃어보였다. “것 참 무자비하기도 하셔라.” “확실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