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18살 평생 실컷 날아 보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날기는 커녕 마음대로 날개를 꺼낼 수도 없었다. 날개는 항상 굽어 있는 듯이 뻐근했고 하영은 베란다 밖으로 몸을 한껏 내밀다가 엄마한테 혼쭐이 나곤 했다. 태생대로 날지 못하는 갑갑함. 그것은 곧 동족에 대한 궁금증과 그리움으로 바뀌었다. 사무치게 외롭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하영의 곁에는 다정한 가족들과 소꿉친구인 찬희가 있었고 그들에게서 수없이 많은 안정감을 얻었지만, 같은 무리에 대한 열망은 짐승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눈 앞에 서 있는 남자, 멍청할 만큼 이끌리던 그리운 냄새를 풍기는 남자는 하영에게 있어서 재지 못할 만큼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놓치면 안 돼.’ 덥석- 남자의 팔을 잡았다. 몇 년은 굶은 것처럼 말라빠진 팔뚝이었다. “리호!” 리클이 남자의 이름을 부르더니 하영의 손을 냉정하게 쳐냈다. “무슨 짓이야? 얘한테 손 대지 마.” 하영은 리클의 행동에 더 이상 마음이 아플 새도 없었다. 두 손바닥을 들어보이며 위협할 의도가 아님을 드러내는 하영의 얼굴에서 간절함이 뚝뚝 떨어졌다. “알았어. 손 안 댈게. 제발 한마디만 해 줘. 너는 누구야?” 의아한 얼굴로 리호가 하영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하영처럼 창백하리만치 희었지만 하영과는 달리 정말로 아파 보였다. 툭 솟은 광대뼈와 핏기 없는 입술, 눈 밑의 짙은 다크서클은 하영에게는 없는 것이었다. “……너는 누군데?” 조그맣게 입술을 떼고 리호가 물었다. “나, 나는… 내가 누군지 몰라. 그냥 어느 날 누가 거실에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