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있다고 해서 다 날아야 사는 건 아냐.” 찬희는 하영이 눈을 째리는 걸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잘 봐. 닭이나 펭귄도 그렇잖아. 날지 않아도 지들 태어난대로 잘 살아. 너도 닭이나 펭귄 같은 부류가 아닐까?” 하영은 찬희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아름을 돌아보았다. “얘가 날 놀리는 건지 아닌지 넌 알겠어?” 아름은 볼을 부풀린 채 입을 꾹 닫고 세차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니들이랑 안 놀아.” 하영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매점으로 향했다. 뒤따라 오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하영은 인생을 헛산 것을 한탄하며 매점 카운터 앞에서 해씨초콜릿을 집었다. 오늘은 씨앗이 땡기는 날이었다. 달달한 초콜릿을 입힌 해씨를 입 안에 가득 털어넣으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오늘은 모처럼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날이었다. 파란 하늘. 적당히 따스한 햇빛. 그 밑으로 펼쳐진 잔디 운동장. 그리고 그 끝에 서 있는 익숙한 실루엣까지. 하영은 입에서 아까운 해씨가 후두둑 흐르는 것도 모르고 그 실루엣에 눈길을 박았다. 옆으로 지나가던 여학생 무리가 그 쪽을 향해 떠들었다. “야, 저기 봐! 저 잘생긴 남자는 누구지?” “어디어디? 우와 진짜. 누구 찾냐고 말 걸어볼까?” 그리고 아이들은 서로를 찰싹찰싹 때리며 웃어제꼈다. 즐거운 웃음소리를 배경으로 그러나 하영의 표정은 썩어들어갔다. 그도 그럴 게 이안이 자신을 향해 똑바로 걸어왔기 때문이다. “좀 비켜요 아저씨.” “신하영.” 모르는 사람인 척 비껴 지나가려던 하영의 계획은 이안이 그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면서 무너졌다. “이름 정도는 당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