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느껴본 감정과 낯선 사람. 어쩌면 모두가 겪는 경험이 하영에게도 찾아온 것일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감정조차 어떤 스릴감과 기대를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도 고등학생의 낮잠을 막을 수는 없었다. 커다란 믹스넛 통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믹스넛 통 옆에는 다른 믹스넛 통이 몇십 개까지 늘어서 있었다. 살짝 고개를 빼서 살펴보니 이곳은 아주아주 커다란 마트였다. 또는 하영이 믹스넛 통에 빠질 만큼 작아졌는지도 몰랐다. 하영의 주위에는 구운 땅콩과 아몬드, 캐슈넛과 마카다미아, 그리고 상큼한 크랜베리까지 잔뜩 쌓여있었다. 와앙- 부리를 크게 벌리고 그 고소함을 미처 맛보기 직전이었다. 알람시계처럼 시끄러운 목소리가 하영의 보석 같은 단잠을 깨웠다. “일어나라니까? 신하영!” “아… 개… 짜증…” 하영이 눈을 비비고 부스스 일어났다. 아직도 입에 넣지 못한 커다란 아몬드가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말버릇 봐라 오빠한테. 빨랑 일어나 봐. 너 돈 안 필요해?” 입맛을 다시던 하영이 돈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다. 눈을 빛내며 벌떡 침대에서 내려온 하영에게 우영은 잠시 하찮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뭘 손부터 내밀어? 리온이가 길치라 우체국이랑 역까지 좀 바래다 달라고.” “에잇. 그냥 주는 거 아니었어?” 하영은 우영에게 등을 떠밀려 밖으로 나왔다. 단지 앞에서 희서와 반대쪽으로 헤어질 때에는 무언가 아쉬워 뒷모습을 흘끔거렸다. 그리고 리온과 둘이 남자 왠지 무색해져 하영은 조용히 걷기만 했다. 슬쩍 리온의 얼굴을 보니 딱히 어색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리온은 말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