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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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사흘이 흘렀다. 보예는 어쩔 수 없이 그 택시 기사를 다시 불렀다. 시간은 저녁도 한참 지나 밤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호텔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다시는 그 호텔 방으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예는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세리의 진심을. 비라도 올 듯 밤하늘이 짙은 먹구름 층으로 뒤덮였다. 호텔 회전문에서 두 사람이 빠져나온다. 호텔 회전문도 이제 두 사람을 알아보는 듯, 바람개비처럼 산뜻하게 돌아간다. 보예가 탄 택시가 그들을 따른다. 후두두두. 갑자기 장맛비가 쏟아진다. 엄마 차가 강의 북쪽으로 건너기 위해 다리를 지난다. 비가 더 거세진다. 택시 와이퍼가 바삐 움직인다. 앞서가던 차가 정지한다. 강가 어느 아파트 정문 입구를 조금 통과하여. 육각형 밸브 꼭지를 닮은 초고층 복층 호화 아파트이다. 세리가 저 아파트에 사는구나. 세리가 조수석에서 내린다. 세리가 비를 맞으며 단지 마당으로 몇 발짝 달려가자, 차 안에서 엄마가 부른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세리가 멈춰 뒤돌아본다. 차에서 나온 엄마가 비를 맞고 달려가 세리에게 우산을 건네준다. 세리는 감동한 듯한 모습이다. 모녀 사이라면 사소한 일일 텐데도. 하지만 세리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을 테지. “떨어져 사는 모녀인가 보네. 그런 가족들 많아요, 요즘.” 택시 기사가 말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 햇볕이 없는데도 그 선글라스를 끼고. 와이퍼가 바삐 빗물을 씻지만, 차창 밖 불빛들에 두 여자의 모습이 자꾸 번진다. “어이? 딸이 아닌가 보네.” 기사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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