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자고~ 한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몇 살?” 엄마가 노래를 부르다니. 가사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멜로디는 란 노래임은 한참 나중에 알았다. 엄마 세대까지만 기억할 수 있을 테니까. “작은 섬은 이억 삼천 만 살, 음... 선생님 언니는 스물일곱이요.” 선생님 언니? “스물일곱 정말?” “네. 정말요.” “그럼 본과 사학년인데.” “인턴 아닌가요?” “내가 재수했거든. 하지만 스물일곱이면... 아 그립다. 의과 건물 뒤 소나무 숲에서 선배들 몰래 컵 닭강정 두 손 모아 함께 쥐고 먹던 시절... 이쑤시개로 너 하나 나 하나. 하지만 가운에 묻은 소스로 후식으론 군밤을 먹었지. 호호. 뭐 먹고 싶어? 기분 좋은 칭찬을 들었으니, 오늘 저녁은 최고로 근사하게 쏴야겠는걸.” 엄마가 성큼성큼 소파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재수를 했구나. 완벽한 엄마에게도 그런 인간적인 면이 있었다니. 왜 내겐 말하지 않았지. 그걸 세리에게만 말하다니. 샘이 나는걸. 쿠쿵. 또 한 번 같은 소파가 쿵쿵 울린다. 엄마가 소파에 앉아 있는 세리의 위에 양다리를 벌리고 걸터앉은 것 같다. 아냐 그럴 리 없어. 특이 암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촉진하며 진찰하려는 걸 거야. 갑자기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보예는 청진기를 더 가까이 가져간다. 세리야 무슨 말이든 해봐? 차라리 암에 걸려 몸이 아프다고 말해. “이리 와요. 두 손으로 이 스카프를 당기니까 키스하기 좋네요.” “걸어 줘. 세게. 흡.” 엄마가 아침에 빌려 간 내 스카프를 세리가